니어재단 세미나 특별강연
“경기 하강국면에서 고임금ㆍ부동산 증세… 옳은 선택인지 생각해야”
김대중 정부의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1998~99년)을 지낸 이규성 전 장관이 최근 경기 하강 조짐을 보이는 우리 경제에 대해 “지금 같은 고임금(임금인상) 정책과 부동산 보유세 인상 등이 옳은 선택인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보다 성장세가 떨어질 걸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과 가계의 비용부담을 높이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보다 유연한 경제정책을 주문했다.
이 전 장관은 15일 민간 싱크탱크 니어(NEAR)재단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19년 한국경제 전망과 위험관리 대책’을 주제로 개최한 신년 경제세미나에서 “(경제) 하방위험이 커질 때는 이념보다 현실을 중시하고 ‘실사구시’의 자세로 위험관리에 임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월 ‘위기 구원투수’로 경제사령탑에 임명돼 외환위기 극복을 진두지휘 한 바 있다.
이 전 장관은 우선 “올해 세계경제는 경기순환 면에서 하방위험이 커져 성장과 고용, 수출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ㆍ3.9→3.7%)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ㆍ3.7→3.5%) 등 주요 기관들은 최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우리나라도 내수(투자+소비)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세계경제 둔화로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마저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전 장관은 이처럼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 국면에선 “경제정책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처럼 단기적으로 경기가 하락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술변혁이 일어나는 등 불확실성이 큰 세상에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예전보다 경제 주체들이 다양화된 현실에서 특정 이념이나 사상을 경직적으로 고집하게 되면 경제 주체들이 방향감각을 잃고 방황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가 재계의 강한 반발에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밀어 부치는 상황에 대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이 전 장관은 “시장과 정부는 수레의 양 바퀴로서 서로 역할을 분담해 경제 내적ㆍ외적 환경에 따라 보완적 역할을 잘 해야 한다”며 “정책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때이지만, 시장과 함께 가려는 정부의 태도도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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