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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 타내려… 마을주민 온통 ‘가짜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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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 타내려… 마을주민 온통 ‘가짜 해녀’

입력
2019.01.15 16:02
수정
2019.01.15 19:54
11면
0 0

택시기사ㆍPC방 사장도 해녀 둔갑

등록자 130명 중 107명이 가짜

조업 실적도 조직적 허위 작성

수십억대 피해 보상금 부당 수령

울주군 어촌마을 주미나 130명 적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등이 지급하는 보상비를 받아 챙기기 위해 ‘가짜 해녀’로 등록하거나 조업 실적을 허위로 꾸며 수십억원대 어업 피해 보상금을 챙긴 울산 울주군 한 마을 어촌계장과 주민 등 130여명이 무더기로 해경에 적발됐다.

울산해양경찰서는 15일 나잠어업(해녀) 조업 실적을 허위로 꾸며 주민들이 원전 온수방류

등에 따른 어업 피해 보상금을 불법수령케 한 마을 어촌계장 A(62)씨와 전 이장 B(60)씨,

전 한국수력원자력 보상담당자 C(62)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위반혐의로 구속했

다.

또 나잠어업 피해 보상금을 부당 수령한 가짜 해녀 등 주민 130명을 사기와 사기 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경에 따르면 A씨 등은 울산해수청의 울산신항 남항(2단계) 외곽설치공사와 한국석유공사의 원유브이 이설 공사 등 울주군 서생면 일대에서 3개 관급공사가 한창이던 2016년 나잠어업 조업 실적 자료를 허위로 만들어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의 한 마을 주민들이 수십억원대의 어업 피해 보상금을 받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리원자력본부는 당시 고리 1~4호기, 신고리 1~4호기 온배수 배출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등 각 사업관할기관별로 해녀들에게 입힌 피해에 대해 보상을 실시한 것이다. 이들은 그 대가로 주민 1명당 10만~100만원까지 사례금을 받았다.

A, B씨는 고리원자력본부에서 12년간 보상 민원업무를 담당한 전직 한수원 직원 C씨와 함께 A4용지 10박스 분량의 개인별 허위 조업 실적을 만들었다.

C씨는 A씨 등으로부터 2007년 고리원전과의 협의 보상 시 작성됐던 총생산량 자료, 해녀 명단, 자체적으로 정한 주민별 보상 등급표 등을 건네 받아 해녀들이 작업하기 좋은 물때가 기재된 기상 자료를 입수해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 생산량을 임의로 분배하는 방식으로 허위 조업 실적 자료를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은 이 실적을 개인 노트나 메모지에 받아 적어 자신들의 진짜 조업 실적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마을 주민들은 누구나 해당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신고증을 발급받아 해녀가 되어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나잠어업 보상금은 어업 피해 조사 기관에서 나잠어업 신고자들을 대상으로 조업 실적, 실제 종사 여부를 확인해 보상 등급을 결정한 후 어업피해조사 보고서를 만들어 감정평가기관에서 보상금을 산정해 개인별로 지급한다.

해경조사결과 이 마을에는 나잠어업 신고자가 130여명에 달했으나, 수사 결과 이 중 80%인 107명이 가짜 해녀인 것으로 밝혀졌다. PC방 사장, 체육관 관장, 택시기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경비원은 나이가 많고 거동이 불편한 주민이나 말기 암을 앓는 환자까지 해녀로 둔갑했으며 전체 가짜 해녀의 절반에 가까운 51명이 남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진짜 해녀들도 허위로 조업 실적을 만들어 14억원의 피해보상금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해경은 어업 피해 조사를 담당한 대학 수산과학원 D교수에 대해서도 마을에서 제출한 허위 조업 실적을 토대로 어업 피해 조사 보고서를 엉터리로 작성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해경은 또 다른 마을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허위 조업 실적을 꾸며 7억여원의 보상금을 받은 것을 포착, 어촌계장과 해녀 등 50여명을 입건해 수사를 벌이는 한편 울주군 어촌계 전역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울산해경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마을 주민 전체가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민의 세금인 보상금이 허술하게 지급되는 것을 막고, 어업 피해 보상금은 ‘눈먼 돈’이라는 어촌마을의 그릇된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울산=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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