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체첸 지방정부가 또다시 동성애자들에 대한 대대적 단속에 돌입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인권 단체인 LGBT네트워크는 지난해 말부터 벌어진 동성애자 단속 결과 두 명이 숨지고 40여명이 임시 감옥에 구금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동성애를 비범죄화했으나, 체첸 지역 경찰은 주기적으로 동성애자들을 구금해 왔다.
러시아 LGBT 네트워크의 대표인 이고르 코쳇코브에 따르면 경찰은 동성애자 온라인 채팅방 운영자를 12월에 구속했다. 또한 구금된 몇몇의 남성들은 경찰봉으로 성적 학대를 당했다. 비밀 경찰은 이슬람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를 색출하는 데 사용했던 방식인 고문과 가족 압박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199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벌어졌던 두 차례의 체첸 내전 이후, 체첸 지역의 자율권을 보장받은 람잔 카디로프는 이슬람 규율을 따르도록 통치하면서, 반복적으로 동성애자 폄하 행동을 취했다. 휴먼라이트워치에 따르면 2017년에 체첸 지역에서는 ‘반(反)동성애자 학살’이라 불리는 대규모 단속이 일어났고, 그 결과 세 명이 숨졌고 체포된 사람은 100여명에 달했다. 당국은 동성애자 커뮤니티를 밝혀내기 위해 전기고문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카디로프는 “체첸에는 동성애자가 없기 때문에 그들을 기소할 수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지역 담당자인 마리 스트루터스는 14일 당국이 강력 단속을 재개한 상황에서 동성애자들이 유죄가 될 위험성이 있다”며 국제사회의 긴급한 응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디로프 측 대변인인 알비 카리모프는 인테르팍스 통신에 “1퍼센트의 사실도 없는 거짓”이라며 “성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체포는 없다”고 밝혔다.
2017년 ‘학살’ 이후 유엔과 외국 정부의 관심이 커지면서 체포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두려움에떠는 140명 이상의 체첸 동성애자들이 러시아 LGBT 네트워크의 도움으로 유럽과 캐나다로 이주했다. 하지만 미국은 단 한 명도 망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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