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만에 비공개 소환… 이르면 이번 주 신병처리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사흘 만에 다시 불러 조사했다. 주요 혐의에 대한 조사가 대부분 마무리돼 이르면 이번 주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4일 오전 9시30분쯤 양 전 대법원장을 비공개로 소환해 2차 피의자 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조사는 △옛 통합진보당 재판개입 △헌법재판소 내부기밀 불법 유출 등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헌법재판소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는지 여부를 묻는 데 집중됐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으로 대법원 등 사법부의 권한이 축소될 것을 우려해 민감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2014년 12월 옛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지방의원 등이 소송을 제기하자 “국회의원직 판단 권한은 사법부에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판결문에 들어가도록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헌재에 파견 나간 최모 부장판사로부터 300건 넘는 사건검토 자료와 내부동향 정보를 보고받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이런 사법행정권 남용을 지시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일선 법원의 결정을 뒤집은 정황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5년 4월 서울남부지법이 사립학교 교직원연금법의 재직기간 산입 여부를 놓고 헌재에 ‘한정위헌’ 여부를 묻는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내리자 이규진 전 양형위 상임위원을 통해 재판장에게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결정 내용을 당사자에게 알린 상황이었음에도 결국 결정을 직권 취소했고,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국이 동원돼 내부 전산망에서 결정문이 열람되지 않도록 은폐조치까지 취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11시간 30분 가량 조사를 받고 오후 9시쯤 귀가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첫 조사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개입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등 핵심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검찰은 이번 주 내로 한차례 정도 더 소환해 조사를 한 뒤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이 이틀에 걸쳐 피의자 조서를 열람하는 등 신중한 태도로 조사에 임하고 있어 일정이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첫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남은 조서 열람 등을 위해 며칠 내로 다시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