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암사역 인근에서 10대가 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경찰에 붙잡혔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다 만난 뒤 함께 도둑질을 하곤 했던 둘은 한 명이 경찰에 범행 사실을 실토한 것에 격분해 다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13일 오후 7시쯤 강동구 암사동 암사역(지하철 8호선) 3번 출구 앞 인도에서 박모(19)군에게 약 15㎝ 길이의 문구용 칼을 휘둘러 허벅지에 상처를 입힌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상해)로 동갑내기 한모군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한군은 “좀도둑질을 함께 하다 홀로 잡힌 친구가 공범이 있다는 사실을 실토한 것에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한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특별한 일 없이 지내던 한군은 2달 전 고등학교 3학년생 박군를 인터넷 개인방송 채팅 창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이후 이들은 인터넷 방송에서 알게 된 또 다른 친구 A양과 함께 인근 상점을 털기로 하고 13일 오전 4시30분쯤 강동구 암사동을 돌며 반찬가게와 슈퍼마켓, 주차장 요금 정산소 등에서 5만원 가량을 훔쳤다.
경찰 관계자는 “박군이 경찰에 먼저 검거가 됐는데 공범이 있다고 진술을 했고 이 사실을 안 한군이 흉기를 휘둘렀다”고 했다. 박군은 허벅지에 가벼운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편 사건 당시 목격자가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크게 확산되면서 경찰 대응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한군이 난동을 부리며 시민들을 향해 돌진하는 듯한 행위를 취하는 동안 경찰이 테이저건과 삼단봉을 들고도 제 때 진압하지 못했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테이저 건이 정확하게 조준됐으나, 한군이 몸을 비틀며 테이저건 2개의 침 중 하나가 빠져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고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일부분만 보면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출동한 경찰이 법 집행 매뉴얼과 절차에 따라 적절하게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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