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바쁜 일상으로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면의 질과 양을 개선해 주는 ‘수면 컨설팅’에 나서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직원들의 수면부족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 대기업들이 관련 컨설팅을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시장 확대가 전망된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수면 컨설팅업체인 뉴로스페이스는 4월부터 수면측정기와 스마트폰 앱을 결합, 기업을 대상으로 수면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침대 매트리스 아래 깔린 수면측정기가 잠드는 시간과 수면의 깊이 등을 분석한 뒤 졸음이 오는 시간을 예측해 스마트폰 앱 등으로 “10분 일찍 취침하세요” 등 개인 특성에 맞는 습관을 조언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로토제약과 광통신부품 전문업체 후지쿠라가 도입을 결정했는데, 뉴로스페이스는 내년까지 20개 기업에 수면개선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일본 대기업이 수면개선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배경엔 직원들의 수면부족이 업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랜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수면부족으로 인한 일본 경제 손실액은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약 15조엔(약 155조원)에 이른다. 최근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하기 방식 개혁도 기업들이 직원들의 수면개선에 관심을 갖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2017년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20대 이상 5명 중 1명꼴로 “수면을 통해 충분한 휴식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권장 수면시간이 6시간30분~7시간30분이지만, 남성의 36.1%, 여성은 42.1%가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6시간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수면개선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장비와 시스템 개발 등과 관련해 잠재적 시장이 3조엔 규모로 내다보고 있다. 24시간 서비스 종사나 주ㆍ야간 교대근무자 등을 중심으로 시차문제 등으로 생산성 향상, 숙면을 통한 건강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개인과 기업들이 적지 않은 만큼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학계와 스타트업 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쓰쿠바(筑波)대학 내 스타트업 기업인 ‘수면’은 수면 데이터를 측정하는 장비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일본 수면 분야 최고경영자인 야나기자와 마사시(柳沢正史) 교수는 졸음을 제어하는 뇌물질 ‘오렉신’을 발견한 학자인데, 향후 뇌파 데이터 측정 장치와 인공지능(AI)을 결합시켜 불면증 퇴치 운동을 벌일 생각이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사스메도는 불면증 치료용 앱을 개발하고 있다. 불면증 치료 앱을 의료기기로 인증받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8개 의료기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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