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의회가 지난 연말 미국연수 도중 일정에도 없던 라스베이거스를 현지에서 방문지로 끼워 넣어 정책비교 연수가 아닌 관광성 외유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14일 천안시의회 의원 등에 따르면 시의회 25명 의원 전원과 관련 공무원 5명 등은 해외 선진사례 및 정책비교, 벤치마킹 등을 위해 지난해 12월 15일 6박 8일 일정으로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등에 있는 노인복지시설, 하수처리장, 의회 등을 견학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당초 일정을 변경해 계획에도 없던 라스베이거스에서 1박을 하며 일부 쇼를 관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의원들은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의 LED조명쇼를 단체로 관람했다. 이후 파크 엠지엠 호텔에 여장을 푼 뒤 상임위별로 미라지호텔 분수 쇼 등을 관람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의회는 당초 계획단계와 국외공무출장심사위원회에서 “관광성 외유로 비칠 것이 우려돼 라스베이거스 경유를 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랜드캐니언을 다녀오면서 라스베이거스를 들러 관광을 한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미국에 도착해서 2~3일 후에 계획에도 없던 라스베이거스에 들른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일부 의원들 간에도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남주 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원래 숙박하고자 했던 곳에서 자면 그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워 부득이하게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됐다”며 “의원들이 이번 연수에서 일정 부분 개인 부담금을 내고 갔다는 것과 공식 일정을 끝내고 개인 시간을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낸 것에 대해서는 사생활로 봐달라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게다가 외유를 마친 시의회는 귀국 후 발표한 출장보고서에 라스베이거스 관광내용은 쏙 빼고 방문도시 가운데 한 곳인 어바인 시의회의 보좌관 운영을 사례로 들며 보좌관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시의회는 보고서를 통해“어바인시는 의장이 시장을 겸직하고 있으나 시장이 도시행정 비전문가임을 감안해 별도의 매니저를 두고 있다”며 지방의원 의정활동을 지원할 정책보좌관제 도입을 강조했다.
공무원 A씨는 “가이드를 폭행한 예천군의회 해외출장 때문에 천안시의회 국외출장보고서를 유심히 살펴봤다”며 “시의원들이 스스로 전문성을 키울 생각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구 28만명의 어바인은 시의원이 5명에 불과하고 급여도 받지 않는 명예직”이라며 “인구 67만명의 천안에는 시의원은 25명에 이르고 월정수당 명목으로 월 370여만원과 의장단과 위원장들에게는 별도 업무추진비가 지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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