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보험사들이 ‘치매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령사회 진입이라는 사회적 배경에 더해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한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 필요성이 현실적 이유로 꼽힌다.
14일 ABL생명보험은 질병 이력이 있거나 고령자여도 별도 서류제출 없이 간편심사로 가입 가능한 ‘ABL간편가입치매보험’을 출시했다. KB손해보험도 이날 가입 연령을 25세로 확 낮춘 ‘KB The간편한치매간병보험’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한화생명이 ‘간병비 걱정없는 치매보험’을 선보였고, 동양생명도 보장이 비슷한 ‘수호천사간병비플러스치매보험’을 팔기 시작했다. 7일에는 DB손해보험이 ‘착하고간편한간병치매보험’을 시장에 내놓으며 경쟁에 가세했다. 해가 바뀌고 불과 보름 사이에 5개 보험사가 잇달아 치매보험을 선보인 셈이다. 치매보험은 피보험자가 임상치매척도(CDR) 등 기준에 따라 치매로 진단 받은 뒤 일정기간 동안 그 상태가 지속 될 경우 간병비나 생활비 등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때아닌 보험사들의 치매보험 열풍은 우선 사회적 수요에 발맞춘 측면이 크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77만여명으로, 노인 100명당 7명이 치매환자로 나타났다. 2050년에는 3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치매환자 1인당 간병비는 연간 2,000만원에 육박해 가계에 큰 부담이다. 은재경 ABL생명 상품채널조정실장은 “12분에 1명씩 치매 환자가 발생하는 현실에서 유병력자 등에도 보험가입 문턱을 낮춰 보장 사각지대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오는 2022년 도입 예정인 IFRS17도 치매보험 활성화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IFRS17이 적용되면, 저축성보험료는 회계장부상 부채로 계산되기 때문에 보험사는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을 늘려야 재무건전성이 개선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 등 전통적인 보장성보험은 이미 시장이 포화됐고, 추가 수요도 적어 치매보험이 새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치매보험은 불완전판매 문제로 민원도 많아 가입 시 주의가 필요하다. 과거 판매됐던 치매보험들은 주로 중증치매(CDR 3점 이상)에만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전체 치매환자 10명 중 8명이 경도치매(CDR 1점) 환자인 탓에 보장 조건을 제대로 설명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거셌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중증환자만 보장하는 체계에서는 수혜자가 지극히 제한돼 보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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