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협상 결렬되며 파업
경찰 대치 중 근로자 1명 사망
노조 측 “관철 때까지 파업 계속”
방글라데시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 역군 ‘여공’(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재봉틀 앞을 떠나 거리로 나섰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더는 견딜 수 없어서다. 정부가 경찰력을 동원해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노동권을 존중해 달라는 이들의 외침은 쉽게 꺾이지 않을 태세다.
시위가 벌써 2주 째 접어들었지만 갈수록 열기가 고조되는 양상이다. 수도 다카에서 열린 집회 현장에 나온 인원이 5,000여명으로 불어났고, 전국적으로 파업에 동참하는 인원만 5만여명을 넘어섰다. 지난 주말엔 수도 다카 외곽 사바 지역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는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폭력 사태도 빚어졌다.
영국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간) 경찰과의 대치 과정에서 시위에 나섰던 근로자 한 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교통 사정과 시위대 안전을 고려한 정당한 대응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노조는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노조 대표인 아미눌 이슬람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공장주가 폭력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문제다.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거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시위는 지난 연말 정부와 노조의 최저임금 협상이 틀어지면서 촉발됐다. 노조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한달 월급을 1만6,000BDT(190달러)로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절반인 8,000BDT(95달러)에 맞추겠다고 일축하면서 비롯됐다.
방글라데시 공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는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2010년 3,000 BDT(35달러)에서 월급이 멈춘 이래로 근 10년 가까이 최저임금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기존 임금보다 51%나 대폭 인상했다고 생색을 내지만,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방글라데시 의류 제조업의 경우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여건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게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사바에선 의류 공장이 무너져 1,130여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작업장 안전 문제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가디언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의류 공장 노동자들의 희생이 1억6,500만명 인구의 방글라데시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