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대사 연구자이자 철학자로서 평화헌법 옹호 운동을 주도했던 우메하라 다케시(梅原猛)씨가 지난 12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14일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우메하라씨는 일본 고대사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학자로, 역사 외에 철학과 문학, 과학 등 폭넓은 분야에서 성과를 남겼다. 특히 1972년 나라(奈良)에 있는 호류지(法隆寺)와 관련, 쇼토쿠타이지(聖德太子ㆍ성덕태자)가 지은 것이 아니라 그가 숨진 뒤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편 ‘숨겨진 십자가-호류지론(論)’이 일본 사학계에서 유명하다.
젊은 시절 징병돼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이 있는 우메하라씨는 자위대의 해외 파병과 이라크전쟁 반대,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9조(전력과 교전권 보유 금지) 개정에 반대하는 등 사회적 발언에도 적극적이었다. 이와 관련, 2004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등 8명과 함께 헌법 9조 저지를 목표로 한 모임 ‘9조의 회’를 만들었다.
센다이(仙台) 출신으로 교토(京都)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리쓰메이칸(立命館)대 교수, 교토시립예술대 학장 등을 역임했다. 1980년대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총리와 담판하는 등 정부관계자들을 설득, 일본 문화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의 필요성을 호소해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를 창설했고 초대 소장에 취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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