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사태가 최근 3개월간 한국사회를 휩쓸었다. 정부가 공공성 강화 방안을 내놓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강력하게 저항하며 폐원을 언급했다. 이런 틈새에서 폐원을 예고하는 유치원에 다니는 부모들은 협동조합 유치원이라도 열어서 유아들의 학습권을 유지하고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3월에 개원 예정인 서울 노원구의 꿈동산 유치원이다. 경기 화성 이음터에도 이재정 교육감의 지지에 힘입어 협동조합 유치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협동조합형 유치원이 유아교육계에 주는 함의는 크다. 우선 부모가 서비스를 받는 객체가 아니라 주체라는 인식 전환은 그 자체가 유아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사유재산이라는 인식이 강한 사립유치원의 현실에서 ‘함께 키운다’ ‘함께 공유한다’는 개념은 제왕적 구조의 교육 리더십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또 교육∙급식∙안전∙회계 등 유치원 운영을 학부모인 당사자들이 직접 하면서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협동조합형 유치원을 설립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일단 네 가지가 필요하다. 법적 조건, 공간, 설립 비용, 조합원들의 진정성이다. 다행히 법의 경우 작년 10월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설립∙운영규정’이 일부 개정되면서 설립자가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도 공공기관을 임대해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당사자들이 협동조합형 유치원 설립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하는 건 공간과 비용이다. 이 유치원 설립을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빈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 유치원을 운영하려면 출자금을 시작으로 보증금과 임대료를 자체적으로 지급해야 하며, 조합비도 내야 한다. 조합원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장기적으로 지역사회 후원자 조합원들의 설립 지원을 받거나, 지자체의 사회투자기금 조례를 통해 저리로 은행과 연계하여 대출을 받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원장과 교사, 부모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조합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희망적인 부분은 협동조합형 유치원을 설립하고 나면, 이후 운영비는 공영형 유치원으로 지정되는 방법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협동조합형 유치원이 비영리법인이라는 점에 착안해 설립 이후 공영형 유치원으로 지정, 재정 지원을 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무엇보다 협동조합형 유치원 모델이 확산되려면 이를 지원할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교육청 내에 협동조합형 유치원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TF)팀이나 지원센터를 만들어 운영을 원하는 부모, 교직원, 지역사회 누구라도 필요한 정보를 얻고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초기 안정적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소수 우수 운영 모델을 주축으로 점차 확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 유아교육 현장은 그동안 고유한 역동성을 내포해왔고, 현재 민주적인 방향으로 진보해나가고 있다. 유아교육의 공공성은 단순히 법 개정이나 이상적 모델 개발, 거대담론, 당위적 구호로만은 실천되기 어렵다. 유아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해당사자들이 공공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의사소통하고 때로는 투쟁하고, 공동의 목표와 관심을 공유해 나가는 실천적 과정을 통해서만 현실화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협동조합형 유치원 모델은 지식 또는 이론적 모델의 문제가 아닌, 실천과 희망의 문제이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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