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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구체적 지시 입증이 관건… 직권남용ㆍ국고손실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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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구체적 지시 입증이 관건… 직권남용ㆍ국고손실 인정될까

입력
2019.01.13 20:00
수정
2019.01.13 21:5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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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소환 앞둔 검찰] 조사 마친 후 구속영장 청구 유력

[저작권 한국일보] 그래픽=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그래픽=김경진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사법농단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체적인 지시 여부 등 혐의 입증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법원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를 까다롭게 해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 처리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의 불꽃 튀는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직권남용 입증 여부 최대 관건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전 대법관 혐의 관련 핵심 쟁점은 △재판 개입 등이 대법원장의 직무권한에 속하는지 △지시ㆍ보고 등 구체적 공모관계가 성립하는지 △대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양 전 대법관은 재판 개입 및 법관 사찰(직권남용),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 비자금 조성(국고손실) 등 약 40여 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체적인 재판 개입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 혐의 입증의 최대 난관이다. 검찰은 11일 소환 조사에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업무수첩,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양 전 대법원장 면담 문건 등을 근거로 일제 강제징용 배상사건 등 관여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은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적도, 지시한 적도 없다” “실무자선에서 알아서 한 일”이라며 공모관계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법원의 심상치 않는 판단 기류는 검찰의 부담을 더하고 있다. 법원이 최근 직권남용이 적용된 사건에서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사찰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게 대표적이다. 법원은 함께 기소된 서천호 전 2차장 등 국정원 직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최고 윗선인 남 전 원장에 대해서는 “명시적 승인이 없었고, 묵시적으로 승인했는지도 분명치 않다”며 면죄부를 줬다. 지난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재판에선 “하급자의 직무수행이 위법하다는 이유만으로 상급자 지시가 모두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고,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직권남용에 대한 법원의 좁은 해석 범위가 양 전 대법원장의 추후 영장 심사 및 재판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법원 한 부장판사는 “지난해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범죄 혐의는 없다고 본 것처럼 담당 재판부가 직권남용에 대해 보수적인 판단을 내릴 우려가 크다”며 “현실적으로 윗사람의 지시 없이 움직일 수 있겠냐, 아랫사람만 처벌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장 직무 범위 등도 쟁점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지시가 외형상 상급자의 직무권한에 속해야 하는데, ‘재판에 개입할 권한’을 대법원장의 직권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정부수반으로서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직무를 수행했다”며 직권남용죄를 인정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국가 행정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기업 소송에 대해 검토하도록 지시할 직무상 권한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법원은 같은 이유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등의 직권남용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국고손실죄에 대한 법원 판결 또한 최근 엇갈리고 있어,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 예산 3억5,000만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를 유죄로 볼 수 있을지 여부도 불명확하다. 국고손실죄는 ‘회계관계직원’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는데, 지난달 법원은 남재준ㆍ이병기ㆍ이병호 전 국정원장에 대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4일 ‘문고리 3인방’ 재판에서는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는 상반된 판단을 내놓아,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질 예정이다.

검찰은 이르면 14일 양 전 대법원장을 추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가 모두 완료되면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검찰 조사를 받고 돌아갔던 양 전 대법원장은 12일 검찰에 재차 나와 조서를 열람하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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