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북한은 답변 없었지만 제안 검토 중”
내년 아세안 의장국 베트남은 회담 적극 유치
김 위원장, ‘특별 의미’ 기해년 첫 국빈될 가능성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와 미국 상응조치의 분수령이 될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가시권에 들고 있다. 미국이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제재 완화로 유화 메시지를 던진 데 이어,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장소로 ‘2월 중순, 베트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장소에 대해 북한에 ‘2월 중순, 베트남’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한미일 협의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한 이 신문은 “북한은 이 제안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만큼, 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또 지난 9일에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에 대한 미국인 구호단체 관계자들의 방북 금지를 해제하고 북한으로 향하던 인도주의 물자에 대한 봉쇄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고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11일 보도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유화 제스처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장소와 관련해서도 요미우리신문은 베트남을 유력한 곳으로 꼽았으며,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도 이날 미국 소식통을 인용, “최종 후보 장소가 베트남과 태국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라며 “두 곳 모두 개최를 원했다”고 보도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은 올 연말 아세안ㆍ동아시아 정상회의에 김 위원장 초대도 추진하고 있다.
정상회담의 베트남 개최와 관련, 베트남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1일 하노이 정부 영빈관에서 가진 외신기자 신년행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공식 정보는 없다”면서도 “북미 정상회담이 베트남에서 열릴 경우 성공적으로 치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지난해 싱가포르 등과 함께 1차 북미 정상회담 유치에 나섰으며, 앞서 2017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
베트남은 내년 아세안 의장국 수임에 맞춰 국가 위상을 높이고 국제무대에서 외교력 확대를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동아시아ㆍ동남아경제연구소(ERIA)의 니시무라 히데토시(西村英俊) 소장은 “의장국 의제설정 작업에 베트남은 다른 나라보다 1년 일찍 착수했다”고 전했다. 응우옌 꿕 끄엉 외교부 차관도 “내년 아세안 의장국 수임을 앞둔 올해는 베트남에 아주 중요한 해”라며 외신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정상회담 시기와 관련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대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일정이 잡히면 준비 회의가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열린다고 가정할 경우 그 시기는 2월 초보다는 중순 또는 그 이후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베트남 정부가 뗏(설) 공식 연휴를 2월2일에서 10일까지로 공표했기 때문이다. 뗏은 베트남 내 모든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하는 최대 명절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관측대로 2월 중순 베트남에서 개최될 경우 ‘기해년’ 첫 국빈은 김 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뗏’을 새해 첫날로 여기는 베트남에서는 첫 손님이 그 해의 운을 결정한다고 믿고 있으며 구정 이후 첫 손님 선정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다낭 APEC 정상회의 당시 이미 양자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어 베트남 입장에서는 새해 첫 방문객으로 베트남을 처음 방문하는 김 위원장 쪽을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의 경우 3월 문재인 대통령이 첫 국빈으로 베트남을 방문했으며, 당시 쩐 다이 꽝 주석은 “베트남의 무술년 첫 외국 국빈”이라며 문 대통령을 맞았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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