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최초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돌아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귀가한 지 반나절 만에 돌아와 조서 열람만 하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전날 오후 출석해 11일 조사 받은 내용이 담긴 피의자신문 조서를 꼼꼼히 검토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오전9시30분부터 오후 8시40분쯤까지 조사를 받은 후 같은 날 자정 무렵 귀가하기 전까지 조서 열람을 했다. 하지만 끝까지 열람하지 못해 이튿날까지 상당 시간을 조서 열람 시간에 할애한 것이다. 검찰 조사에 참석했던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정숙 변호사와 동행한 양 전 대법원장은 직접 자신의 답변 취지가 제대로 적혔는지 면밀히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3일 양 전 대법원장을 비공개로 재소환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전날 조서 열람 후 이날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 등 재판 개입과 양승태 사법부 정책이나 특정 판결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 등에 대해 조사 받았다. 검찰은 박정희 정권 시절 긴급조치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김기영 헌법재판관 관련 내용 등도 확인했다. 이날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 중 절반 가량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조사 시간만큼 양 전 대법원장의 조서 열람에 시간이 들어가 두 차례 정도 추가 소환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양 전 대법원장이 향후 재판까지 염두에 두고 면밀히 자신의 답변을 점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양 전 대법관을 재소환해 나머지 혐의 등에 대해 조사한 후에, 진술 내용 등을 분석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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