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수ㆍ합병(M&A) 시장의 대어(大魚)로 꼽히는 롯데그룹의 ‘금융 계열사 3총사(롯데카드ㆍ손해보험ㆍ캐피탈)’ 매각 작업이 이달 중 본격 궤도에 오를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일괄 매각을 우선 염두에 두고 있지만, 잠재 구매자들은 입맛에 맞는 물건만 따로 사고 싶어 하는 분위기여서 매각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오는 28일 즈음 이들 3개사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돌입할 전망이다. 앞서 롯데 측은 매각주관사(씨티글로벌증권마켓)를 통해 주요 인수 후보자로 언급되는 한화그룹과 BNK금융지주, MBK파트너스 등에 투자설명서(IM)를 보냈다. 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롯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금융 계열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선 롯데그룹이 3개사를 한꺼번에 파는 ‘패키지 매각’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카드나 캐피탈과 달리 롯데지주가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 금산분리 규제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인수 후보자 입장에서는 각 사에 대한 선호도와 필요성이 달라 개별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카드의 경우 한화그룹이 후보 1순위에 올라 있다. 한화는 카드 계열사가 없는데, 백화점 사업을 하는 한화갤러리아가 롯데카드 이용자의 데이터 활용을 꾀할 수 있다. 롯데카드의 시장점유율은 9.59%(지난해 3분기 기준) 수준이지만, 카드사 중 유일하게 유통업(백화점ㆍ마트)을 끼고 있어 차별화가 가능하다. 다만 한화그룹은 이미 한화손해보험을 보유한 터라 사업이 겹치는 손보사 필요성은 떨어진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시너지가 있을지 내부 검토 중”이라고만 말했다.
손해보험은 BNK금융그룹이 유력 인수자로 거론된다. 2017년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 비(非)은행 부문 강화를 공언한 BNK금융은 현재 보험사가 없다. BNK지주 관계자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엔 하나은행이 특허청에 ‘하나손해보험’으로 상표권을 출원하면서 손보사 인수설이 파다했으나 하나금융 관계자는 “중장기 진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당장은 계획이 없다” 선을 그었다.
‘알짜’로 꼽히는 롯데캐피탈은 눈독 들이는 후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1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거둔 롯데캐피탈은 꾸준히 이익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패키지ㆍ분리 매각 여부는 협상과정에서 유동적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그보다는 임직원 고용보호 등이 더 중요한 거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롯데 금융계열사들의 그룹 간 거래 의존도도 향후 인수 과정에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그룹과 연계한 상품이 많아 그룹 의존도가 상당하다”며 “매수자가 정해진 뒤 새 계열사와의 시너지, 주주 간 계약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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