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덜 써 예전보다 지폐 유통기간 늘어나
지폐의 평균수명은 얼마나 될까. ‘몸값’(액면가)이 높을수록 수명도 더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18년 은행권 유통수명 추정 결과’를 보면 1만원권이 121개월로 가장 길었고, 1,000원권은 52개월, 5,000원권은 43개월로 이보다 짧았다.
화폐 유통수명은 신권이 한은 창구에서 발행된 후 시중에서 유통되다가 더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돼 환수될 때까지 걸린 기간이다. 한은은 일정 수량을 정해 표본조사 방식으로 조사했다.
지폐 수명은 용지재질, 화폐사용습관, 사용빈도 등 세가지 요인에 주로 좌우된다. 그 중 사용빈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이 2017년 지급수단 이용행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개인이 1만원 미만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현금 비중이 76.7%에 달해 신용카드(15.9%) 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액면가가 낮은 지폐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사용돼 수명이 짧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화폐 유통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2011년 조사 당시에는 1,000원권이 38개월, 5,000원권은 40개월이었다. 7년 만에 1,000원권은 14개월, 5,000원권은 3개월 늘어났다.
현금을 많이 쓰는 주요국 지폐와 비교해도 한국의 화폐 유통수명은 긴 편이다. 최저액면권 기준으로 1,000원권은 유럽 5유로(17개월), 일본 1,000엔(18개월), 영국 5파운드(24개월), 멕시코 20페스(42개월), 스위스 10프랑(46개월) 보다 길고, 미국 1달러(70개월), 호주 5달러(68개월) 보다는 짧았다. 중간액면권에선 1만원권이 호주 20달러(134개월) 보다 짧고, 나머지 일본 5,000엔(18개월), 유럽 20유로(19개월), 미국 20달러(95개월), 영국 20파운드(118개월) 등 보다는 길었다.
2009년 6월 처음 발행된 5만원권은 수명을 추정하기 일러 제외됐다. 한은은 “고액권일수록 가치저장 수단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에 5만원권 수명이 1만원권 보다는 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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