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자극적 영상 규제 필요”
플랫폼에 사실상 사전 검열 요구
AI로 키워드 검열 시스템 구축도
중국에선 지난해부터 쇼트클립(10~15초짜리 짧은 동영상) 열풍이 불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유명 스타를 출연시켜 만든 영상을 감상만 하던 평범한 젊은이들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때론 유명세를 타기도 한다. 이 분야 선두주자인 더우인(抖音ㆍ틱톡)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1020세대는 3억명을 넘는다.
스마트폰에 앱만 깔려 있으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쇼트클립의 내용이나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더우인ㆍ시과스핀(西瓜視頻)ㆍ콰이서우(快手) 등 쇼트클립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영상이 매일 1억건을 넘어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중국 모바일 앱의 절대강자인 웨이신(微信ㆍ위챗)도 최근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그간 형식만 갖췄다는 비판을 받아온 쇼트클립 편집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쇼트클립 규제에 나섰다. 정확히 말하면 쇼트클립 플랫폼에 대한 규제다. 개개인이 만든 쇼트클립을 해당 플랫폼에서 제목ㆍ주제ㆍ내용 등을 모두 확인한 뒤 유통시키라는 게 골자다. 중국 정부는 “사회 정서에 맞지 않거나 자극적인 동영상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중화 문화ㆍ정신과 올바른 정치적 방향의 구현’을 목표로 삼고 있고, 위반 시 처벌 규정에선 경고나 벌금 부과는 물론 폐쇄까지 명기돼 있다. 사실상 플랫폼들을 향해 “문 닫기 싫으면 사전 검열을 철저히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러자 업체들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검열 당국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면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일일이 들여다봐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엄청난 인력과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그만한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다. 콘텐츠 검열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새로 생겨나고 호황을 누리는, 이른바 ‘검열산업’이 성장하는 이유다.
사실 중국에서 ‘검열공장’이라 불리는 민간 검열업체들의 활동이 본격화한 건 몇 년 전부터다. 시점상으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후 인터넷ㆍ언론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 중국 정부가 아무리 광범위하고 치밀한 검열 시스템과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지만 온라인상의 콘텐츠를 모두 들여다보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뉴스ㆍ동영상 등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플랫폼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해당 업체들이 1차적으로 콘텐츠를 걸러내도록 하고 있다. 업체들로선 ‘역린’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검열공장의 손을 빌려야 한다.
지금까지 검열업체들의 정확한 규모나 시장 상황은 드러난 게 없다. 다만 ‘비욘드 소프트’라는 검열업체의 직원 수가 2016년 200여명에서 지난해 4,000명으로 늘었다는 외신보도를 감안하면 관련 시장의 성장세가 폭발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한 업체는 민감한 키워드를 기반으로 한 검열 프로그램을 구축하면서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을 대거 고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고, 다른 업체의 콘텐츠 모니터링 프로그램에 축적된 ‘민감단어’ 수가 30만개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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