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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쉽겠지만 한국의 모터쇼는 레이싱모델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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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쉽겠지만 한국의 모터쇼는 레이싱모델쇼가 아니다

입력
2019.01.1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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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겠지만, 한국의 모터쇼는 레이싱모델쇼가 아니다.
아쉽겠지만, 한국의 모터쇼는 레이싱모델쇼가 아니다.

2019년 1월 10일, 이른 아침의 비행기를 타고 일본 나리타 국제 공항에 내렸다.


비행기를 탔던 한국보다는 분명 따뜻하지만 그럼에도 겨울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가운데, 열차를 타고 숙소에 짐을 풀었다. 첫 날을 차분히 마무리하고, 이튿날부터 정신 없는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바로 일본 최대의 자동차 부품 및 튜닝쇼인 ‘2019 도쿄 오토살롱’의 막이 올랐기 때문이다. 2019 도쿄 오토살롱은 그 크다는 마쿠하리 메쎼를 가득 채우고, 2박 3일 동안 정말 다양한 이야기와 장면을 연이어 선보이는 행사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 첫 번째 생각이 바로 ‘아쉽지만 한국의 모터쇼는 레이싱모델쇼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의 레이싱모델쇼라는 것들


최근 국내에서 펼쳐지는 자동차 관련 전시회, 그러니까 서울 혹은 부산에서 열리는 모터쇼와 자동차 튜닝 관련 전시회, 그리고 자동차 등을 부수적인 테마로 한 전시회에 대한 공통된 지적이 있다.


바로 ‘모터쇼가 아니라 레이싱모델쇼’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간단하다.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나 장면보다는 레이싱모델이 먼저 보이고, 또 그 빈도에 있어서 레이싱모델 외에는 또 볼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 모터쇼나 관련 전시회를 개최하는 사무국에서는 매년 참가비를 올리고 있으니 브랜드나 튜닝 관련 업체들 또한 ‘지속적인 참여’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진국에서 만난 레이싱모델쇼


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흔히 자동차 산업에 있어 일본은 한국에 비해 늘 앞서있고, 또 우리 자동차 산업의 5년에서 약 10여 년 정도 훗날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 받는 곳이다. 그리고 국내보다도 다채롭고 성숙된 자동차 시장과 자동차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막상 2019 도쿄 오토살롱에서 만난 모습들은 우리네 모습과 큰 차이가 없었다. 실제 정말 다수의 튜닝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보다 돋보이는 모델들’을 앞세워 지나가는 행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곳곳에서 확인되었다.


심지어 몇몇 브랜드에서는 ‘노출도에 대한 기준’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성적인 부분을 강조한 의상 등을 입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선진국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일본이 ‘레이싱모델쇼’라는 비아냥을 피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레이싱모델이 문제가 아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일련의 고민과 그 고민의 이행 속에서 레이싱모델이라는 하나의 수단이 조명을 받은 것이고, 어느새 대다수 브랜드들이 ‘필수적으로’ 택하는 하나의 선택지가 된 것이다. 타인의 이목을 끄는 이가 우리 브랜드와 함께 한다는 것, 그 기조는 정말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그런 레이싱모델들의 활약 빈도가 높은 것을 비아냥거릴 필요가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게다가 부스 위에 레이싱모델들이 많은 건 문제고, 반대로 연예인이 방문하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면 그건 또 어떤 삐딱한 시선인지 되묻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고민할 건 ‘레이싱모델의 존재’가 아니다.


2019 도쿄 오토살롱에서 보았던 브랜드들의 이벤트 일정 속에서 ‘레이싱모델들의 포토 타임’은 행사에 있어 일부(약 20~30% 전후)에 불과했다.


우리의 경우 전시 시간의 약 절반 수준에서 크게는 전시 시간 내내 교대, 순차 등을 통해 전 시간 내내 가동되는 ‘레이싱모델 포토 타임’과 정말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빈 자리를 자신들의 존재를 더욱 강조하고, 또 자신들의 존재를 아는 이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그 충성도를 끌어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실제 토요타(부스는 가주 레이싱)의 경우에는 신형 수프라(A90)의 공개와 함께 토요타 스포츠카(슈퍼카)의 미래에 대한 토크쇼는 물론이고, 수프라 개발에 대한 토크쇼 등을 펼치며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닛산이나 스바루, 그리고 마쯔다 역시 마찬가지였고, 혼다의 경우에는 팩토리 튜닝 브랜드로 알려진 무겐을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발표와 드라이버 토크쇼는 물론이고 현장을 찾은 고객들이 자사의 모터스포츠 활동 및 자동차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었다.


결국 행사가 펼쳐지는 일정 속에서 ‘레이싱모델’이라는 주제가 아닌 ‘우리 브랜드’라는 주제의 컨텐츠를 빼곡히 담아두었다는 것이다. 국내 브랜드들 역시 이러한 고민을 하는 자세를 조금 더 요청하고, 요구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만의 잘못일까?


하지만 이러한 실망스러웠던 컨텐츠들과 브랜드의 대응 자세에 있어 모든 것이 꼭 브랜드만의 잘못이라고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브랜드들은 모두 사업을 하는 입장이고,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자신들 행동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따라 브랜드의 컨텐츠나 커뮤니케이션 테마를 설정한다.


즉, 어느 순간부터 소비자들이 자동차나 자동차 문화에 대해 자신의 지적인 호기심보다는 허례허식과 외형적인 장식의 수단으로 인식했고, 그로 인해 레이싱모델쇼 외에는 ‘적극적으로 향유할 자세’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결국 브랜드들이 레이싱모델들을 전시 전면에 내세울 수 밖에 없는 건 '시장의 선택'에 의한 것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자동차, 자동차 산업, 자동차 문화 그리고 그 중의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커녕, 부족한 지식으로 비아냥거리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정제되지 않은 정보에 휩쓸려 '가짜 뉴스'의 메신저가 되어 버린 이들을 보기 쉬우니, 브랜드 입장에서는 '쉽고, 결과도 간결한' 레이싱모델쇼를 택할 수 밖에 없는 건 아닐까?


부디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자부심을 갖추고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길 바란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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