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졸중학회, 국내 첫 ‘역학보고서’ 발표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는(뇌출혈) 뇌졸중이 연령별로 원인이 크게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뇌졸중이 45세 미만 젊은 층에서는 흡연ㆍ비만, 중장년층(55~74세)에는 고혈압ㆍ당뇨병, 고령층(75세 이상)에서는 심방세동이 주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뇌졸중은 10만명 당 30명(남성 37명, 여성 24명ㆍ2015년 기준)이 목숨을 잃어 국내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뇌졸중은 뇌경색(76%), 뇌내출혈(15%), 지주막하출혈(9%) 순으로 발생했다. 뇌졸중 환자는 매년 10만5,000명이 새로 발생했다.
대한뇌졸중학회 역학연구회가 최근 발표한 ‘뇌졸중 역학보고서(Stroke Fact Sheet in Korea 2018)’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첫 뇌졸중 보고서로, 발생률ㆍ사망률ㆍ위험인자ㆍ치료 현황 등을 담았다.
45세 미만 남성의 뇌졸중은 흡연에 의한 발병 기여 위험도가 45%였고, 45세 미만 여성은 6%였다. 19~54세 여성의 뇌졸중은 비만에 의한 발병 기여 위험도가 6.8%였다.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역학연구회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흡연이 혈관 벽을 손상하고, 혈중 지질을 산화해 동맥경화증 위험을 높이며 염증을 만들어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고 했다. 젊은층에서 뇌졸중의 또 다른 위험 요인은 비만이었다.
중ㆍ장년층(55~74세)에서는 고혈압과 당뇨병이 뇌졸중의 주 위험요인이었다. 중ㆍ장년층 뇌졸중 환자에게서 고혈압의 뇌졸중 기여 위험도가 31%, 당뇨병은 19%였다. 둘을 합치면 뇌졸중 환자의 절반이 고혈압ㆍ당뇨병으로 인해 발생했다.
배 교수는 “뇌졸중에 공통적으로 가장 위험한 요인은 고혈압”이라고 했다. 뇌 무게는 1,500g 정도로 몸무게의 40~50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혈류의 20%가 뇌로 간다. 뇌에는 혈류량이 많이 필요하므로 혈압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혈압이 높으면 지속적으로 혈관벽에 높은 압력을 가하면서 혈관이 손상되고 염증이 생겨 동맥경화증으로 악화된다. 또 심장에서 대동맥을 통해 혈액이 뿜어져 나올 때 가장 먼저 도달하는 장기도 뇌이기에 그만큼 혈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혈당이 높으면 혈전이 잘 생기고 염증이 잘 만들어지므로 당뇨병 역시 위험하다.
고령인은 고혈압ㆍ당뇨병의 기여 위험도는 줄어드는 반면, 심방세동(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의 일종)이 뇌졸중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심방세동이라면 심장 내 혈액이 고이면서 혈전이 만들어지고, 이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
배 교수는 “국내 뇌졸중 환자의 5분의 1은 심방세동을 앓고 있다"며 "심방세동이 있으면 뇌졸중 위험이 4배 정도 높아지지만, 병 인지율이 낮아 문제”라고 했다. 심방세동 유병률은 70~79세는 26%, 80세 이상은 34%로 높다. 그러나 자신의 병을 알고 치료를 받는 환자 수는 적다. 국내 심방세동 환자의 치료율은 25% 정도로 낮다.
보고서는 또한, 뇌졸중 골든 타임인 증상 발생 3시간 이내 병원을 찾은 환자는 40%에 그쳤고, 병원을 찾은 시간이 매년 점점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뇌졸중 발생 이후 1년 이내 뇌출혈이 다시 발생한 비율이 8.9%, 골절이 생긴 비율은 4.7%나 됐다. 뇌졸중으로 인한 직접 비용은 1조6,840억원(뇌경색 1조1,180억원, 뇌출혈 5,400억원)이나 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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