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은 대표 “중국대륙이 반한 천연염색, 한류열풍으로 승화”
대구지역 사회적기업이자 천연염색 전문기업인 ㈜반짇고리(대구 남구 봉덕동)가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소외계층 직원들과 함께 만든 가방 옷 등 친환경 웰빙 천연염색제품으로 중국을 물들이고 있다.
반짇고리는 외환위기 극복 후 ‘카드대란’으로 국내경제가 어수선하던 2003년 김조은(55) 현 대표가 설립했다. 소외계층 직원을 주로 채용하는 등의 경영으로 2012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 받았다. 지난해 총 매출은 2억원 조금 못 미친다. 이 중 15% 가량이 대 중국 수출액이다. 해마다 그 비중을 높여 나가고 있다. 현재 직원은 김씨 포함해 모두 4명. 매출이 미미한 것처럼 보여도 사회적기업 특성상 견실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원래 우산공장을 경영했다. 외환위기 때 그도 부도를 맞았다. 호구지책으로 생활정보지를 보고 자활센터에 입사했다. 바느질을 해 옷가지나 액세서리 등을 만들고, 수강생들에게 가르치기도 하는 일이었다. 반짇고리의 밑거름인 셈이다.
자활센터 3년차 즈음에 지역 한 사찰에서 주문한 천으로 만든 명함지갑이 호평을 받으면서 그의 실력이 널리 알려졌다. 염주 주머니 등 추가주문도 이어졌다. 전국 다른 지역 자활센터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내친김에 자신의 회사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남들 하는 것처럼 해선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약령시에서 나오는 한약재 등을 이용해 천연염색을 하고 수공예로 혼을 담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별도의 공방에서 전시판매용 제품 제작과 기술교육, 창업교육을 동시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사회적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창업프로그램은 아마 지역에서 거의 유일할 것”이라며 “거쳐간 수강생만 5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창업 이듬해엔 청와대에 명함지갑도 납품했다.
받짇고리는 지갑, 침구류 등 50여 종의 생필품을 생산한다. 수공예과정으로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일손이 많이 든다. 염색부터 재단, 봉제 등 전 과정이 사람 손을 거친다.
이 대표가 중국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중국 현지박람회에 참가하면서부터다. 박람회 3일 간 10만~20만원 상당의 의류나 가방 등을 1,000여만원어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품질에 반한 바이어들의 재주문이 이어졌다. 지난해 2,500만원에 육박했고, 올해 대 중국 수출목표는 5,000만원이다. 현지 유명 백화점 입점도 추진 중이다.
지역 천연염색산업 활성화를 위해 2016년에는 대구ㆍ경북 천연염색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취임, 지금까지 맡고 있다. 지난해 2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 천연염색 특성화 직종 민간기능경기대회를 유치의 숨은 공신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친환경제품에 주력하다보니 황토로 염색한 휴대폰 케이스가 전자파를 차단, 통화장애를 유발해 전량 폐기하는 일도 있었다”며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전기장판 케이스 등 전자파 차단제품을 만들었더니 잘 팔리더라”고 말했다.
중국수출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없던 걱정거리가 생겼다. 짝퉁 때문이다. 그는 “전문가가 아니면 진품과 구분이 어려운 중국산 저가 짝퉁 제품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며 “단순히 천연염색 제품을 수출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수출한다는 각오로 세계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반짇고리 제품은 대구관광정보센터와 나주문화관, 한국천연염색박물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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