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가구에 가까운 매머드급 단지 헬리오시티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경제효과도 본격화 되고 있다. 가구ㆍ가전ㆍ인테리어ㆍ인터넷 업체 등 경기 침체에 암울했던 주변 상권은 모처럼 기대감에 차있는 반면 부동산 시장은 송파구를 넘어 경기 성남시와 하남시까지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하며 울상을 짓고 있다.
◇역대급 매머드 단지
지난달 31일 입주가 시작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1982년 준공된 6,600가구의 가락시영1ㆍ2차를 헐고 84개동 9,510가구(전용면적 39~150㎡) 규모로 재건축한 아파트다.
대지 면적(34만6,570㎡)은 상암월드컵경기장 축구장(7,114.3㎡) 면적의 48.7배에 달하고, 가구 수는 부산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7,374가구)를 뛰어넘어 단일 단지 중 최다다. 거주자는 3만여 명으로 전남 곡성군(2만9,995명)과 충북 단양군(3만296명) 전체 인구와 비슷하다. 심지어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가운데 경기 과천시 과천동의 예상 공급가구(7,000가구)보다도 많다. 그렇다 보니 단지 안에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이 개교할 예정이고 어린이집은 7곳 신설된다. 웬만한 미니 신도시에 준하는 규모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주변 상권은 기대감 만발
헬리오시티 입주가 시작되면서 주변 상권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가구업체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입주협의회는 지난해 11월 주방 및 인테리어 가구업체와 함께 약 3,000㎡ 규모의 장소에서 사흘간 가전ㆍ가구ㆍ이사ㆍ입주청소 관련 40여 개 업체가 참여한 박람회를 개최했다. 특정 단지를 대상으로 한 입주박람회로는 이례적인 규모였다. 참가 업체들은 헬리오시티에 특화된 단독 상품을 들고 나와 고객 유치전을 벌였다.
가전업체 역시 입주자 시선 끌기에 바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유명 가전업체들은 ‘헬리오시티 입주고객 할인혜택 제공’ 등을 내걸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새 집에 인터넷과 유료방송을 연결할 유선인터넷사업자들도 입주지원센터 주변에 부스를 마련하고 치열한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인근 은행들 역시 입주민들을 상대로 대출 관련 상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헬리오시티로부터 40㎞ 가까이 떨어진 경기 파주 운정가구단지와 고양가구단지에서도 헬리오시티 입주민을 위한 가구 할인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가락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헬리오시티와 가까운 건물 상가에 자리를 찾아봐달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헬리오시티 메인 상가가 있지만 배후 수요 규모가 만만치 않아 주변 상권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 넘어 성남ㆍ하남까지 전셋값 하락
반면 헬리오시티 주변 부동산 시장은 긴장감이 역력하다. 매머드급 단지의 입주 개시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부문은 전세시장이다. 송파구와 강동구를 넘어 경기 성남시와 하남시까지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헬리오시티 1층 전용면적 84㎡은 지난 7일 4억8,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같은 주택형의 전셋값이 6억~7억원대 후반에 형성됐지만 지난 연말부터 입주가 본격화하자 전셋값이 3억원 가까이 급락했다.
송파구 전체 전셋값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기준 이달 첫째 주(7일 기준) 송파구 전셋값은 지난주 대비 0.25% 하락했다. 송파구는 12월 한달 동안 0.95% 떨어졌다. 인접한 강동구 전셋값 역시 지난달 1.4% 급락한 데 이어 이번 주 0.30% 내렸다. 가격 하락 여파가 시계(市界) 너머로 번지면서 경기 하남 전셋값은 지난달 3.42%, 이번 주엔 0.90% 각각 내렸다. 이번 주 전세가격이 0.53% 떨어진 성남 수정구는 매매가격도 0.33% 떨어졌다.
대단지 아파트 주변의 전셋값 하락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8년 리센츠(5,563가구), 파크리오(6,864가구), 엘스(5,678가구)가 한달 간격으로 입주를 시작하자 잠실 일대 전세 시세가 1억원 가까이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벌어진 것이 비근한 사례다.
◇전셋값 하락폭 커질 듯
송파 헬리오시티 입주에 이어 인근 강동구에도 올해 대단지 입주 물량이 몰릴 예정이어서 서울 동남권의 전세가격 하락세는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시내 아파트 입주 물량은 5만2,341가구에 달할 예정이다. 지난해 2만7,034가구의 두 배 수준이자 2008년(5만6,186건) 이후 최대치다.
이 가운데 강동구의 입주 물량이 1만1,000여 가구로 가장 많다. 6월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1,900가구), 9월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12월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1,859가구)와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1,745가구) 등 대단지가 연달아 입주를 앞두고 있다. 내년 2월엔 고덕 아르테온(4,066가구)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렇다 보니 고덕그라시움의 전세 물건이 수북이 쌓이는 등 벌써부터 역전세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입주 물량이 서울 동남권의 전셋값은 물론이고 집값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헬리오시티 입주 여파는 3개월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이후에도 인근 대단지 입주가 이어진다는 점”며 “올해 내내 동남권 아파트의 전셋값과 집값이 조정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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