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삼희 양육비이행관리원장
출범 4년 됐지만 법적 강제력 없어
평균 10건 중 3건 정도만 해결
회피 땐 주소지 조회 가능해져
법 통한 신상공개 방안도 검토중
‘떼인 양육비 대신 받아드립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관리원)이 하는 일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이행관리원은 이혼ㆍ미혼 한부모가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을 수 있게 상담부터 재판까지 도와준다. 국가기관이 다수의 양육 한부모를 고통스럽게 하는 양육비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행관리원의 출범은 획기적이었다. 하지만 돈을 받아낼 법적 강제력이 없다 보니 출범 4년 차에 접어드는 지금도 양육비를 받아내는 사례는 평균 10건 중 3건 정도다.
14일 서울 서초구의 이행관리원에서 만난 배삼희(55) 원장은 극심해지는 ‘양육비 갈등’에 대해 “양육비를 안 줘도 되는 돈이라고 인식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양육비는 단순히 개인 간 채권ㆍ채무가 아니라 아이의 생계비, 더 나아가 ‘생존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개인의 채권ㆍ채무인 근로자의 체불 임금을 국가가 특별히 더 보호하는 건 생계수단이기 때문”이라면서 “양육비도 아이의 의식주뿐 아니라 문화수준까지도 결정하는 생존비용인 만큼 국가가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들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두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일부 정부 부처의 문제인식은 한가하기만 하다. 양육비를 강제하기 위한 조치로 양육비를 나 몰라라 하는 부모의 여권, 운전면허증을 취소하거나 발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오지만, 일부 부처는 시큰둥하다는 게 배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운전면허 정지 등은 다른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데, 해당 부처는 왜 양육비 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자녀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가족들이 모여 만든 ‘양육비해결모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배우자의 신상 폭로를 하는 등의 해법은 옳은 것일까. 배 원장은 “그분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사적 복수를 하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가부에서는 법을 통한 신상공개가 가능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가사사건 전문변호사 출신으로 지난해 6월 취임한 배 원장은 더디지만 조금씩 제도가 개선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는 비양육 부모의 동의 없이 주소ㆍ근무지 조회가 가능해진 게 대표적이다. 이행관리원을 통한 압류나 이행 명령까지 걸리는 기간은 현행 평균 24.5개월인데 앞으로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배 원장은 “소송을 하게 되도 양육비 지급 소송 전에 소재 파악이 가능해지면서 소송 절차가 빨라지게 됐다”고 했다.
배 원장에 따르면 이행관리원 사례를 기준으로 지급된 양육비 평균 금액은 22만원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에 턱없이 부족한 양육비 액수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 원장은 “우리나라는 부모의 소득에 의해 양육비가 정해지는데, 그러다보니 한 달에 5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해외처럼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을 계산해 아예 금액을 정해놓는 방식도 검토할 만 하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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