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족 자원 수 1950년대 비해 최대 95% 감소... 바닥 드러내
中 어선들 물량 공세 조업 계속... 남획 규제할 방법은 딱히 없어
남중국해가 ‘황폐한’ 바다로 변해가고 있다. 중국, 대만,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이 저마다 영유권 주장으로 충돌하면서 정작 바다에 숨결을 불어넣을 어족 자원은 씨가 말라가고 있다. 전 세계 어선 절반이 남중국해로 몰리지만, 영유권 분쟁 탓에 해양관리 주체가 불분명하고 남획을 차단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남중국해를 뒤덮고 있는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을 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어획량의 12%가 남중국해에서 포획됐다. 특히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 주는 지표인 어족 자원 수가 1950년대에 비해 70~9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족 자원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또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산호도 10년마다 16%씩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통제를 받지 않은 각국 어선들의 남획으로 남중국해의 어류 개체 수가 줄면서,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산호의 서식지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어선, 특히 물량 공세로 바다를 싹쓸이하는 중국 어선이 이번 문제의 주범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어선 유입량이 매년 증가했는데, 그중 중국 어선은 하루 270척 이상이 조업하는 것으로 나타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CSIS가 남중국해의 연간 어선 유입량과 어업 규모를 분석한 결과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도는 분쟁 해역인 만큼 어선을 원격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자동식별시스템(AIS), 가시적외선이미지센서(VIIRS),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이미지 등을 총동원해 어선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고 CSIS는 설명했다.
CSIS는 특히 “550톤급 중국 어선 한 척이 하루에 약 12톤 물고기를 잡아들이는데, 이를 전체 어선의 연간 어획량으로 환산하면 120만톤에 달한다”며 “남중국해의 대표적 분쟁지인 스프래틀리 군도의 연간 예상 어획량의 50~100%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무분별한 남획에도 불구하고 이를 규제할 방법은 딱히 없는 형편이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배타적경제수역(EEZ) 분쟁이 해결되지 않아 국제어업법 등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분쟁 당사국 일부는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 독려하며 어선을 파견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업 외에 순찰이나 분쟁 수역 상황 보고를 위한 목적도 있지만, 각국이 얼마나 남중국해 장악에 열을 올리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사례다. 자연히 어족 자원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CSIS는 “스프래틀리 군도의 영유권 분쟁과 남중국해의 해양경계선 획정이 어족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어업에 종사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중국해 어민들은 2013년부터 6년째 만성적인 어획량 부족에 시달려 왔다는 게 CSIS의 분석이다. 이어 “어선 유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갈수록 심각해지는 어족자원 남획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관리감독을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슬아 인턴기자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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