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혐의 부인하거나 떠넘길 땐
전 대법관 두명에 동시 영장 재청구 가능성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검찰은 최소한 한 차례 비공개 형식으로 재소환 한 뒤, 공범으로 지목된 전직 대법관들과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ㆍ현직 판사들에 대한 신병 처리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다음달 설날 전까지 수사를 마무리 하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을 제외한 사법농단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검찰은 특히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다시 한번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놓고 고심이다. 지난달 법원이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후 혐의 보강에 들어간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두 사람 사이의 공모 관계 입증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법농단 사태로 법원행정처를 그만둔 이후 한 투자자문회사 고문으로 일했는데, 이 과정에 박 전 대법관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해 관련 수사를 확대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두 전직 대법관의 영장 재청구 여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조사태도에 달렸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혐의를 부인하거나 실무진 판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면 양 전 대법원장과 두 전직 대법관을 동시에 겨냥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의 조사태도는 의혹에 연루된 전ㆍ현직 판사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지난해 6월부터 소환해 조사한 전ㆍ현직 판사들의 수는 100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단순히 지시를 받아 이행해 참고인 신분인 판사들도 있지만, 대법원 내부 문건을 빼내고 이를 파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 주요 피의자 신분인 전ㆍ현직 판사들도 다수 있다. 강제징용 사건 판결을 고의로 연기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대법관 등 전ㆍ현직 대법관들도 검찰 조사 대상이었다.
결국 두 전직 대법관을 포함한 주요 핵심 피의자들의 운명은 양 전 대법원장의 입에 달린 셈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법부 수장이 모든 책임을 인정한다면 한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고, 주요 피의자가 아닌 경우 기소 여부에 대해서도 신중히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해선 검찰이 이달 중으로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한 혐의 등을 적용해 추가 기소할 방침을 정한 상태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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