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차 방중에 대해 미국 의회에서 불만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침묵하고 있지만 북중 밀착에 대한 미국 내 경계심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특히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을 비호하며 대북 제재의 숨통을 틔워줘 비핵화의 지렛대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공화ㆍ콜로라도) 의원은 “중국은 김정은의 구두에 광을 내는 일을 이제 그만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이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도록 충분한 노력을 쏟고 있지 않는 사실이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고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0일(현지시간) 전했다. 대북 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지 않고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북한 요구에 편승해 미국의 제재 노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불만이다. 가드너 의원은 지난해 말 발효된 ‘아시아 안심 법안’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지향하는 것이 미국의 법이자 국제법이다”며 “중국은 김정은이 한 약속을 지키도록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 비핵화를 위해 미국에 협조하던 중국이 지금은 오히려 북한의 대북 제재 회피를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후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북한 문제에 대해 100% 협력을 약속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시 주석의 발언은 이해하지만, 중국은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도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나 진정한 비핵화를 논의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그들이 비핵화를 성취하기 위해 강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징후를 보지 못 했다. 말 이 외에는 심각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북한과의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서 아무런 트윗도 띄우지 않으면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미 국무부도 북중 회담에 대해 “어떤 것도 말할 게 없다”며 ‘무반응’ 모드다. 이번 회담이 비핵화 협상과 2차 정상회담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북중 공조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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