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앞 성명 발표가 1995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골목성명’보다 심하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많은 분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앞 성명 발표를 전두환 골목성명과 비교하는데 저는 더 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그와 함께 사법농단에 관여했던 법관들이 아직도 다수 법원 내부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법원 앞에서 메시지를 밝히는 것은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출석을 30분 앞둔 오전 9시쯤 대법원 앞에서 사법농단 사태와 검찰 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전직 대법원장으로는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데다, 성명을 발표한 장소가 검찰청사가 아닌 대법원 앞이었기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 방식에 대해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앞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전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법원을 한 번 들렀다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친정인 대법원을 성명 발표 장소로 택한 양 전 대법원장과 달리 전 전 대통령 ‘골목 성명’ 발표 장소는 자택 앞이었다. 1995년 12ㆍ12 군사 쿠데타 및 5ㆍ18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관련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전 전 대통령은 1995년 12월 2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 골목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내용도 달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책임은 모두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부당한 인사 개입은 없었다며 법적 책임을 부인했지만, 전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이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며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입장을 발표한 뒤 바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지만, 전 전 대통령은 측근들을 대동하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들른 후 고향인 경남 합천군으로 내려가 검찰 조사를 피했다. 전 전 대통령은 현충원 방명록에 ‘제12대 대통령 전두환’이라고 서명하는 등 당당한 듯 행동했으나, 결국 이튿날 구속돼 안양교도소에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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