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을 총괄하게 된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마음은 법대(法臺ㆍ법정에서 판사들이 앉는 자리)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며 법관들에게 낮고 겸손한 자세를 주문했다.
조 처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사법부가 사회 변화와 시대정신에 둔감했던 것은 아닌지 진지한 반성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과연 진정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했는지, 사법부의 닫힌 성 안에 안주해 변화를 외면한 것 아닌지, 법관의 독립을 특권으로 인식하며 기댄 적 없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발생한 사법농단 의혹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조 처장은 이어 “우리는 법대 위에서 내려보아만 왔다”며 “그러다 보면 이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인지 잊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 “몸은 법대 위에 있어도 마음은 법대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며 “가까운 곳과 작은 일에서부터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법원행정처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로 △사법행정개혁 방안의 입법화 △사법부 내부 구성원의 소통과 치유 △사법제도의 개선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조 처장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원조직법 개정의견에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만큼, 자신이 마지막 행정처장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처장은 강원 동해시 출신으로 덕수상고를 나와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다 방송통신대를 거쳐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제22회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하고 판사로 임관했다. 1982년부터 93년까지 11년간 법관으로 재직한 뒤 93년부터 24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일선 법관 시절에는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저항의식을 담은 ‘민중달력’ 제작과 배포에 대해 국가보안법 이적행위를 적용할 수 없다며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고, 국회속기록을 출판한 사회과학전문출판사 대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변호사 활동 중에는 대한변호사협회 장애인법률지원, 언론중재위원회 감사 등을 역임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임명제청을 받아 대법관에 올랐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