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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진 칼럼] 청와대가 먼저 힘을 빼야 한다

입력
2019.01.10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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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이 국정장악력 강할수록 부작용 커져 

 내각의 권한ㆍ위상 높여 성과 유도해야 

 文대통령이 나서 靑의 변화 적극 견인을 

문재인 정부 2기 청와대 비서실이 출범했다. 설 연휴 전 개각도 예고됐다. 인사청문회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봄꽃이 필 때쯤 3년차 문재인 정부 진용이 갖춰진다. 하지만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친문(親文) 핵심 측근들을 포진시켜 국정 장악력은 커지겠지만 그들의 충성심과 역량만으로 안팎의 도전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다.

문 대통령 입장을 감안하면 친문 인사 등용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지지율 하락, 부진한 개혁, 경제 위기, 첨예한 사회갈등을 풀려면 국정 철학과 목표, 정책 방향을 제대로 아는 측근들이 절실했을 것이다. 경제ㆍ개혁 정책 입법화를 위해 국회와의 관계 복원을 위한 정무적 경험과 능력, 여당과의 협력과 내년 총선 등을 두루 감안했을 테니 친문 측근은 자연스런 귀결이다.

새해가 시작하자 집권 3년차 증후군 이야기가 부쩍 늘었다. 집권 3년차는 초기 개혁 피로감이 누적될 때쯤인 임기 반환점과 맞물린다. 정책 성과 논쟁과 지지율 하락, 국정 동력 약화가 일반적 현상이다. 권력형 비리 의혹과 여당의 선거 참패, 권력 내부 분란으로 레임덕도 가속화한다. 이같은 3년차 증후군은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가 태생적으로 내포한 것이다. 그래서 어떤 정권도 피해가지 못했다. 과거 정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징후만 봐도 그렇다. 정실 인사, 개혁 피로감 누적과 성과 부진, 정책 혼란, 민생경제 악화, 지지율 하락, 권력형 비리, 민심 이반, 공직 기강 이완, 권력 내부 고발, 당청 갈등 같은 현상들이 마치 패턴처럼 시차를 두고 발생했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는 어떨까. 과거의 저 패턴을 따를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적폐청산의 피로감, 미진한 개혁 성과, 고용 대란과 경제 위기, 지지율 하락 등은 닮은 꼴이다. 지금까지 권력형 비리는 불거지지 않았지만 그런 일 없을거라 장담할 수는 없다.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나 청와대 행정관의 육군참모총장 ‘카페 만남’ 같은 사건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도 점치기 어렵다.

엄밀히 말해 문재인 정부는 출범 20개월, 즉 집권 3분의 1 지점을 지났다. 전후기 사이의 중반기에 접어든 것이다. 임기 후반 20개월이 시작하기 전까지 국정 성과를 낼 시간적 여유가 있다. 특히 올해는 큰 선거가 없는 해다. 이 시간을 제대로 써야 한다. 과거 정권들을 감염시킨 ‘오만, 오독, 오판, 오류’ 바이러스를 차단해 집권 3년차 증후군 발병을 막아야 한다. 시작은 청와대부터다.

2기 청와대는 바뀌어야 하고, 그 변화는 대통령이 견인해야 한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강조했듯 올해는 민생ㆍ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 한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 대통령부터 혼밥과 보고서에 탐닉하지 말고 각계각층 사람들을 만나 들어야 한다. 비서실장과 경제팀에게만 “경제계 인사를 만나라” “현장에서 답을 찾아라”고 말하고 넘길게 아니다. 본인 스스로 현장을 자주 찾는, 경제성장을 위한 ‘실사구시(實事求是)’ 행보를 거듭 보여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바뀐다. 정부를 더 활발히 움직이게 하려면 실질적인 정책 성과를 낼 수 있는 유능한 테크노크라트와 전문가를 내각에 영입해야 한다. 과감하게 청와대의 힘을 빼고 내각에 권한을 대폭 이양해서 성과를 내도록 하는게 필요하다. 장관이 힘을 가져야 공무원들이 뛴다. 청와대가 힘이 세면 장관도 말단 공무원도 청와대만 바라본다. 정부는 움직이지 않게 되고, 그러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어공’ 청와대 비서들과 ‘늘공’ 부처 공무원들의 근본적 차이를 간파해야 한다. 청와대가 국정 장악에 집착할수록 오독과 오판, 오류의 가능성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청와대 정부’라는 힐난은 1기 청와대로 족하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틀과 방향, 기강과 규율을 잡고 일은 내각이 하도록 하는 것이 정상적인 정부 모습이다. 집권 중반기 20개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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