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벨기에 총기난사 네무슈 등 테러리스트 발굴ㆍ양성하는 장소로
중동서 활동하던 유럽인들도 복귀... 유럽 각국, 감시기구ㆍ상담 등 부심
유럽 서방국가 교도소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물든 테러리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양성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러범을 격리하고 전향시키는 역할을 해야 할 교정시설에서 거꾸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 이데올로기가 전파되고 심지어 테러 음모까지 진행되는 역설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소속 각 나라도 이른바 ‘감옥의 급진화’ 현상을 저지하기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 인물은 2014년 5월 벨기에 브뤼셀의 유대인 박물관 앞에서 총기를 난사, 네 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메흐디 네무슈(33)다. 그는 알제리계 프랑스인이다. 프랑스 교도소에서 극단주의 사상을 접하고 시리아로 건너가 1년간 반군 생활을 한 뒤, 유럽으로 돌아와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6일 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체포됐으나, 수감 중에도 유럽 내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과의 접촉은 이어졌다. 2015년 11월 무려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프랑스 파리 총격 테러’ 사건의 유일한 생존 용의자인 살라 압데슬람(29)과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2015년 1월 파리의 유대인 식료품 가게에서 인질극을 벌여 4명을 살해한 사건의 범인인 아프리카 말리계 프랑스인도 교도소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하면서 급진화한 경우다. 외국인 지하디스트를 추적해 온 벨기에의 한 언론인은 “유럽 교도소는 현재 ‘극단주의’가 퍼지는 가장 중요한 장소 중 하나”라며 “당국은 테러범을 (일반 수용자들과) 격리하거나, 그들끼리 공동 수용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데 두 가지 모두 위험요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WSJ도 “감옥은 ‘테러리스트 신병’의 훌륭한 모집 장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각국도 대책을 고심 중이다. 예컨대 프랑스는 2017년 교도소 전담 특별정보기관을 설립했다. 급진화 징후가 있는 재소자 3,000여명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과격 성향 수감자 석방에 대비, 별도의 감시기구까지 만들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맞춤형 심리ㆍ사회ㆍ종교적 상담을 실시 중이다. 그러나 질르 드 케르쇼브 EU 대(對)테러조정관은 “현재로선 뚜렷한 묘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테러범에 유죄 판결을 내리는 건 매우 간단한 일이지만, ‘급진적인 사람’의 위험성을 증명하는 건 훨씬 더 복잡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문제는 중동 분쟁 현장에서 테러리스트 활동을 하던 유럽인들이 끊임없이 복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U 경찰청인 유로폴은 2012년 이후 대략 5,000명의 유럽인이 ‘성전’을 위해 이라크, 시리아로 향했고, 이 중 1,000명은 현지에서 숨졌으며 1,500여명이 돌아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국은 이들에게 ‘테러단체 가입’ 혐의를 적용해 왔는데, 이런 혐의로 2015~2017년 체포된 규모가 연평균 700여명으로 집계됐다. 2013~2014년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앞서 유로폴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중동 전장에서 돌아온 유럽인들과 다른 극단주의자들이 수감자들에게 ‘해외 테러’ 활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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