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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아동 비만 대책에서 콜라는 왜 빠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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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아동 비만 대책에서 콜라는 왜 빠졌을까

입력
2019.01.10 17:16
수정
2019.01.10 18: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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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음료기업 입김” 설왕설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늘어나는 아동 비만율에 대응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 중 하나로 각급 학교에서 시행하는 ‘행복한 10분’ 캠페인이 있다. 학생이 하루 10분씩 운동해 비만율을 낮추자는 이 캠페인은 얼핏 보면 훌륭한 캠페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운동에 치중해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나 설탕음료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은 거의 강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식습관 통제 대신 운동만 강조하는 중국의 보건 정책에 코카콜라를 비롯한 서방 정크푸드 및 음료 기업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인류학부 소속 중국 연구자 수전 그린할이 9일 미국의 보건 전문 주간지 BMJ와 학술지 공공보건정책저널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방 기업들이 공동 지원하는 국제단체 ‘국제생명과학회(ILSI)’가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 긴밀하게 협력해 공공 보건 정책을 움직이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공중 보건 정책을 수립한 대표적 인물로 평가되는 천춘밍(陳春明) 전 예방의학과학원장이 중국 ILSI 대표를 지내면서 기존의 연줄을 이용해 중국 보건부의 정책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그린할은 “ILSI가 정부와 학계, 산업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했으며 특히 아동비만과 유아 성장에 관한 정책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린할은 지난해 사망한 천 전 원장과 생전 인터뷰에서 “중국 ILSI는 단순히 학회만 하지 않는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실제 정책을 만든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장기간 일한 미국 출신 영양 전문가 배리 포프킨 교수도 “중국 ILSI가 실제로 식습관 관련 정책을 여러 차례 저지한 바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ILSI는 1978년 코카콜라 주도로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로 건강에 유해한 것으로 평가되는 식품에 대한 규제를 저지하기 위한 로비 단체 성격을 지닌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네슬레ㆍ맥도날드ㆍ펩시 등 다른 식품기업도 ILSI에 지원을 하고 있지만 핵심은 코카콜라다. 코카콜라 부사장을 지낸 앨릭스 말레스피나가 초대 소장으로 활동했으며 초기 인력 지원도 대부분 코카콜라가 했다. BMJ 보고서는 2004년부터 코카콜라가 “건강하고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며 설탕음료나 정크푸드를 포함한 모든 음식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홍보활동을 펼쳤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특히 ILSI가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서방기업이 기존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설탕세’ 등 각종 규제 때문에 고전하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ILSI가 비만 대응책으로 운동만을 강조하고 과도한 설탕음료 섭취를 제한할 필요성을 평가 절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ILSI는 성명을 통해 “ILSI는 중국을 포함해 17개 지부로 구성됐으며 산업ㆍ정부ㆍ학계와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이 함께 모여 연구하는 민간단체”라며 “정책 추천이나 로비를 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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