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자회견, 기자 200명과 90분간 타운홀미팅… 한복 입고 야구모 쓰고 내외신 질문 경쟁
“맨 뒤에 있다고 생각하신 분, 책 드신 분…”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직접 사회자로 나서 이처럼 질문자를 직접 선택했다.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은 ‘타운홀미팅’(자유토론) 방식을 선택한 데 따른 풍경이다. 문 대통령은 '이니 블루'로 불리는 푸른 넥타이를 매고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 함께 잘사는 나라'라고 새겨진 백드롭을 배경으로 자리에 앉았다.
문 대통령은 질문자를 선정하느라 진땀을 뺐다. 부채꼴 모양으로 앉은 200여명의 내외신 기자가 문 대통령의 이목을 끌기 위해 휴대폰이나 수첩 등을 손에 든 채 경쟁을 벌였다. 한복을 입거나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의 롯데자이언츠 야구 모자를 쓰고 온 경우도 있었다.
회견은 비교적 격의없는 분위기로 진행됐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 방안과 관련해 비교적 긴 질문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우리 기자가 방안을 다 말했다. 저도 (북미를) 설득하고 중재하겠다”고 답해 장내 웃음을 자아냈다. 답변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네 차례나 ‘김 위원장’이 아닌 ‘김정은’이라고 부른 것도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다.
날선 질문에는 단호한 모습도 보였다. ‘현실 경제가 힘든데도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가’라는 공격적인 질문이 나오자 “경제정책 기조가 왜 필요한지는 기자회견문 내내 말씀 드렸다"며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답변을 하던 문 대통령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논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청와대 권력남용’ 주장에 대한 질문엔 신중한 표정으로 6~7초 머뭇거리는 등 다소 난처해하기도 했다.
외교안보, 경제, 정치사회문화 분야 순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은 예정된 시간을 10분쯤 넘겨 90분 가량 진행됐고 모두 25개의 질문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최대한 많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네 개의 질문을 한꺼번에 받은 뒤 차례로 답하기도 했다. 회견장에는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등 10여명의 참모들이 자리해 문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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