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적용 주택대출도 늘어
아파트 집단대출 탓 총 60.5조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도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 증가세는 되레 더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집단대출과 전세대출, 인터넷전문은행이 촉발한 신용대출 증가가 주요인이라는 분석이다.
10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75조1,000억원으로 1년 전(90조5,000억원)보다 15조4,000억원 줄었다. 연간 가계대출 증가 규모로는 2014년 이후 최저다. 이는 2금융권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폭이 31조7,000억원에서 14조6,00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영향이 크다.
하지만 지난해 가계대출 규제를 집중적으로 받은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폭이 오히려 커졌다. 연간 증가액이 2017년 58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60조5,000억원으로 1조7,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대출은 물론이고, 지난해 10월 말부터 대출 규제 최종판인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관리가 적용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도 증가세가 커졌다. 특히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전월 대비)은 4조9,000억원으로 2016년 11월(+6조1,000억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건 지난해 아파트 입주물량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과 관련 있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2015년 이후 분양에 나선 아파트 단지들이 올해부터 줄줄이 완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집단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아파트 분양계약자에게 단체로 중도금 및 잔금을 빌려주는 집단대출은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달 은행권에서 취급한 집단대출은 2조4,000억원으로 전년동월(8,000억원) 대비 3배 수준이다. 금융권은 올해도 집단대출이 꾸준히 늘어날 걸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4만2,936가구로 지난해(3만6,696가구)보다 17%가량 많다.
지난해 은행권 기타대출 증가액도 전년보다 1조1,000억원 늘어난 2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2년 전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이 가계 신용대출을 영업 주력 상품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통로가 막힌 이들이 대출 조건이 덜 엄격한 신용대출을 받는 ‘풍선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집단대출이 아닌 일반 주택담보대출 수요자는 올해 금융권에서 돈 빌리기가 더 어려워질 걸로 보인다. DSR 제도가 2금융권으로 확대 시행되고 정부의 추가 가계부채 대책(경기대응 완충자본 도입)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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