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의 성희롱 관련 여론 뭇매... 인터넷 투표서 30% 넘게 얻어
아소 다로(麻生太郎)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지난해 일본 정치인 중 최악의 성차별 발언을 한 인물로 선정됐다. 부하직원인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재무성 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논란 당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인식을 보여 주는 발언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내각의 2인자인 그는 평소에도 ‘거친 입’으로 유명하다.
10일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교수와 변호사 등 8명으로 구성된 ‘공적 발언에서의 성차별을 허락하지 않는 모임’이 지난달 29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2018년 최악의 정치인 성차별 발언을 뽑는 인터넷 투표에 총 2,026명(최다 2표 가능)이 참여, 1,208표(30.7%)를 얻은 아소 부총리의 발언이 1위로 선정됐다. 해당 모임이 총 12명 정치인의 발언을 후보로 선정한 뒤 인터넷으로 투표한 3,933표를 집계한 결과다.
아소 부총리는 지난해 4월 후쿠다 차관이 방송사 여기자에게 “가슴을 만져도 되느냐” 등 성희롱 발언을 한 뒤 궁지에 몰렸을 때 “그 말이 싫었으면 그 자리를 떴으면 됐을 것이다. 재무성 담당 기자를 모두 남성으로 하면 된다”, “만지지 않았다면 괜찮은 게 아니냐” 등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뿐만 아니라 “(후쿠다 차관이 여기자에게) 속아 넘어간 게 아니냐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등 후쿠다 차관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모임은 아소 부총리의 발언이 ‘최악의 발언’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고위 정치인의 발언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무거운 사회적 책임이 수반돼야 한다”며 “아소 부총리는 성차별을 옹호하는 발언을 반복했을 뿐만 아니라 이 같은 발언이 계속 허용됐다는 점에 다수가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위는 월간지 ‘신초(新潮)45’ 8월호 기고를 통해 “성적 소수자(LGBT) 커플에 세금을 쓰는 것에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 그들은 자녀들을 만들지 않는, 즉 ‘생산성’이 없다”고 주장한 스기타 미오(杉田水脈) 자민당 중의원의 발언(1,045표)이었다. 자녀가 없거나 성적 소수자에 대한 비하 발언이란 비판을 받으면서 ‘신초45’가 사실상 폐간에 가까운 휴간 결정을 내려야 했을 정도로 파장이 컸다. 3위는 가토 간지(加藤寛治) 자민당 중의원이 지난해 5월 당내 호소다(細田) 파벌 모임에서 “반드시 세 명 이상의 자녀를 낳아 기르기 바란다”고 한 발언이 366표를 얻었다.
모임의 발기인 중 한 명인 미나가와 마스미(皆川満寿美) 주오가쿠인(中央學院)대 교수는 “평등한 사회의 실현에는 정치의 힘이 필요하다”며 “정치가도 정당도 차별을 끝내야 한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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