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징역 1년6개월 선고
고위 공직자와 주요 고객의 자녀ㆍ친인척 채용 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아 법정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재희 판사는 10일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은행 공개채용 서류전형 또는 1차 면접에서 자격 미달 지원자 37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시켜 인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이 전 행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이 전 행장은 이날 법정 구속됐다.
이 전 행장은 자신의 사익에 도움을 준 사람들의 자녀라는 이유로 불합격을 합격으로 둔갑시켰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행장은 당시 국내부문장이던 남모(60)씨 등과 공모해 점수 등 합격 조건 미달로 불합격권이던 청탁대상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권에 있던 취업준비생을 탈락시키고 이들을 채용한 혐의다. 검찰은 이 전 행장이 “고위 공직자 및 주요 고객 자녀니 합격시켜라”며 청탁명부에 있던 불합격자의 합격란 부분에 펜으로 동그라미를 쳤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 전 행장이 사회 전반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우리은행은 ‘탈스펙, 열린 채용’을 기치로 삼았으나, 실제 채용 과정에서는 우리은행 인사라인에 입사를 청탁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 유력자나 우리은행 내 고위 임직원을 배경으로 두었다는 것이 새로운 스펙이 됐다”라며 “채용 과정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고 채용절차에 성실히 임한 많은 우리은행 지원자들과 취업준비생에게 크나큰 배신감과 좌절감을 안겨줬다”고 판시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 전 행장은 채용 결정권이 자신에게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청탁이 없었다면 불합격권에 있었을 지원자들이 합격권으로 바뀌며 애초 합격권에 있던 지원자는 불합격권으로 바뀌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이 전 행장과 함께 기소된 남씨에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며, 전 인사부장 홍모(53)씨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채용 비리에 관여한 직원들도 집행유예 및 벌금형이 내려졌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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