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였던 조재범(38)씨 외에도 빙상 종목 여성 선수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코치가 2명 이상 더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피해자가 최소 6명에 이르며 훈련공간의 폐쇄성 등으로 인해 피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 빙상을 바라는 젊은 빙상인 연대(젊은빙상인연대)’의 대표를 맡고 있는 여준형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는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씨 이외에도 성폭력을 저지른 코치가 “2명 이상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빙상계 내부의 성폭력 피해 상황을 자체적으로 조사 중이었다는 여 전 코치는 “(조씨의 성폭행 가해 논란은) 보도를 보고 처음 접했다”며 “세계 1등을 했던 선수까지 피해를 받았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고 덧붙였다.
여 전 코치는 조씨로부터 피해를 당한 심석희 선수 외에도 현재 조사된 성폭력 피해자만 6명 가량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 저희가 알고 있는 경우만 한 대여섯 사례가 있다”며 “피해 선수들이 어린 여자 선수들이기 때문에 외부에 얘기하고 도움을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는 폭행 및 성폭력 등이 발생해도 외부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공간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여 전 코치는 “선수촌 자체가 일반인들이 출입하기 굉장히 어려운 구조”라며 “로커룸 자체도 밖에서 들여다 보이지 않고 그 안에도 자그마한 방이 따로 있다”고 지적했다. 로커룸 내부에 장비를 정비하거나 여자 선수들이 옷을 갈아 입을 수 있게 마련한 별도의 공간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폐쇄성이 짙다는 얘기다. 이는 전날 조씨 측 변호인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씨가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태릉 및 진천선수촌, 한체대 빙상장 라커룸 등은 지도자나 선수들에게 공개된 곳이어서 성폭행이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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