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한복판 호텔서 식사하고 제약회사 방문
올해 중국 찾은 첫 외국정상… 환영만찬ㆍ선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차 방중은 기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지만 일부 파격적이고 상징적인 행보도 눈에 띄었다. 생일날(1월8일) 베이징(北京) 방문, 영빈관 외부에서의 식사, 북한 실정을 반영한 현장시찰 등은 젊고 역동적이고 실용적인 북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외견상 여러 모로 지난해 3월말 1차 방중 때와 비슷했다. 전용열차를 이용한 전체 일정은 나흘이지만 베이징에 머문 건 1박2일에 불과했다. 베이징역에선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영접과 환송을 받았고, 숙소는 국빈들이 머무는 댜오위타이(釣魚台)였다. 베이징 도착 당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이어 만찬을 함께 했고, 이튿날에는 시 주석 내외와 부부 동반 오찬을 함께 한 뒤 베이징을 떠났다. 이런 과정이 사실상 김 위원장 시 주석 간 만남의 공식 수순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방중에선 파격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35번째 생일날 베이징을 찾은 점이다. 게다가 올해는 북중 수교 70주년이 되는 해이고 이번 방중은 김 위원장의 올해 첫 해외순방이다. 시 주석에게도 올해 첫 외국정상 손님이다. 시 주석이 여러 의미에서 김 위원장을 적극 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한 셈이다. 실제 지난 8일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직후 열린 시 주석 주최 환영만찬은 4시간 넘게 이어질 만큼 성대했고 시 주석 부부가 직접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에게 특별선물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9일 오찬 장소가 베이징반점이었던 점도 주목할 만하다. 베이징반점은 시내 중심부에 있는 중국 최초의 현대식 호텔로 역사적 상징성이 있는데다 서방 국가원수들도 자주 찾는 최고 명소 중 한 곳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지난해 댜오위타이에서 진행된 귀국 직전 오찬에 비해 좀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였을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공식행사로서의 성격이 강한 댜오위타이에서의 오찬과 달리 베이징반점에선 양국 정상 간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산업현장 시찰 대상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3월과 6월 방중 때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을 비롯해 중국과학원과 중국농업과학원, 베이징시 궤도교통지휘센터 등을 찾아 최첨단 과학기술 발전상을 체험했다. 하지만 이번엔 전통 제약회사인 동인당 공장을 방문해 전통약초의 상품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 산간지역에 약초가 많은 북한의 현실을 감안한 실용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전반적인 방중 일정과 행보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중 간 의견 조율, 수교 70주년을 맞이한 관계 강화라는 예상 가능한 범위였다”며 “그런 가운데에서도 중국으로부터 충분한 예우를 끌어내는 동시에 젊고 실용적인 정상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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