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측 컨설턴트 킬림닉과 정보 공유
선거중 전화ㆍ이메일로 계속 연락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가 2016년 미국 대선 관련 자료를 러시아 측에 넘긴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측의 선거 개입 공모 여부를 뒷받침해주는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8일(현지시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 소속 검사들이 매너포트가 지난 대선 당시 ‘투표자료(polling data)’를 매너포트의 통역사이자 동업자였던 러시아계 우크라이나 출신의 콘스탄틴 킬림닉과 공유한 내용을 들여다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은 매너포트 변호인들이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문건이 공개되면서 언론에 확인됐다.
CNN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 간의 희미했던 선거 공모 의혹 퍼즐을 맞춰줄 새로운 내용이 여럿 추가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CNN은 먼저 킬림닉이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을 이어주는 주요한 연결고리로 의심 받던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킬림닉은 우크라이나에서 친(親) 러시아 정치인들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러시아와 커넥션을 이어온 일종의 정치 컨설턴트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그를 “러시아 군 정보기관(GRU)과 연계돼 있고, 2016년에도 관계를 맺어왔다”고 평가한 바 있다. 법원 문건에는 두 사람이 대선 기간 전화와 이메일 등을 주고 받으며 꾸준히 연락을 유지해왔고, 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직접 만난 사실도 적혀 있다. 이에 대해 매너포트 측은 만남은 2017년 초 대선 직후에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여론조사 등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전략 자료가 공유됐다는 사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규명할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는 후보 메시지부터 유세 장소까지 선거 전략을 결정하는 기초 자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당장 취약 계층과 지역을 공략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CNN은 “킬림닉이 러시아 정보 요원들에게 자료를 공유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뮬러 특검은 이른바 크렘린 댓글 부대가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후보에게 유리한 게시물을 SNS상에서 집중적으로 선전하며 선거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는데, 이 같은 선거 자료가 크게 활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이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을 논의했다는 점도 새롭게 확인됐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세계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부과해왔는데,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은 국제사회의 압박을 희석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선 이 같은 구상이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전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헨과 우크라이나 현역 의원인 안드리 아르테멘코 등이 참석한 비공식 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이 논의됐고, 백악관 외교안보팀에도 관련 보고가 올라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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