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실업률 3.8% 17년 만에 최악… 취업자 수 9.7만명 증가 그쳐
자동차ㆍ조선 등 고용 무너지고 도소매ㆍ숙박음식업 최저임금 충격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2년차 고용 성적표가 9일 공개됐다. 결과는 ‘저조’를 넘어 ‘참사’ 수준이라 할만하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글로벌 위기를 겪은 2009년 이후 가장 적게 늘었고, 실업률은 2001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였다. 정부 스스로 중요하다고 했던 고용률마저 9년 만에 처음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고용 악화를 예견하지도, 적절히 대응하지도 못한 정부의 산업전략 부재를 참사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일회성 효과에 그치는 일자리 예산 투입보단, 하루 빨리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는 이유다.
◇역대급 고용 참사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취업자(2,682만2,000명)는 1년 전보다 9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8만7,000명 감소)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직전 해인 2017년(31만6,000명 증가)은 물론, 정부 스스로의 목표치(32만명 증가)에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반대로 작년 실업자(107만3,000명)는 현행 통계 기준이 적용된 2000년 이래 가장 많았다. 2016년 이후 3년째 100만명을 웃돌고 있다.
불명예 기록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실업률(3.8%)은 전년보다 0.1%포인트 올라 4.0%를 기록했던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지난해 22.8%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작년엔 15세 이상 고용률(60.7%)도 전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는데, 연간 고용률이 하락한 것 역시 2009년(-1.0%포인트) 이후 9년 만이다. 앞서 정부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어 취업자 수 증가폭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해 왔다. 그래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작년 8월 “생산가능인구 중 몇 명이 일자리를 갖고 있느냐를 따지는 고용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용률마저 하락하면서 일자리 정부라는 말은 더욱 무색해졌다.
◇산업 전략이 없다
작년 고용 참사의 주된 요인을 두고는 여전히 해석이 엇갈린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고용 악화가 급진전되는 동안 정부가 임시방편 대책으로 일관했던 점이 아프게 꼽힌다.
실제 정부는 전년 대비 16.4%나 급등한 최저임금의 영향은 애써 외면하면서 줄곧 재정을 풀어 일자리를 만드는 식으로 대응했다.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청년을 신규 채용할 경우 1인당 1,000만원 안팎의 임금을 보전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지원△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공공부문 단기 일자리 확대 등에 세금을 쏟아 부었다. 물론 이를 통해 25~29세 고용률이 다소 높아지고(2017년 68.7%→2018년 70.2%), 60세 이상 노령층의 일자리가 전년 대비 23만4,000개가 늘어난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서비스업 분야의 과당 경쟁 등 일자리의 ‘텃밭’에서 그간 유지했던 ‘고용 유발 효과’가 떨어지는 점은 간과한 채, 지표로 드러나는 일자리 늘리기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ㆍ조선 등 대표적인 고용유발 산업이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제조업은 작년 4월부터 9개월 연속,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받은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은 2017년 12월부터 13개월 연속 고용이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작년 말에서야 부랴부랴 산업경쟁력 강화방안,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등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유경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혁신성장 분야에선 아예 보여줄 성과 자체가 없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제조업은 경쟁력 약화에 최저임금 상승 등 노동비용 충격이 겹쳤고, 서비스업은 규제에 가로막혀 산업구조를 개편하거나 신성장 분야에 뛰어들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올해는 다를까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 목표 15만명을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우선 공공기관에서만 2만3,000명 이상을 뽑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정책의 방점은 경제활력 제고, 특히 일자리 창출에 둘 것”이라며 “공공기관 신규 채용으로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특히 중국인 관광객 수가 소폭이나마 증가세에 있고, 조선업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작년보다는 고용 사정이 나아질 걸로 조심스레 전망한다. 증가폭을 작년과 비교하는 ‘기저효과’까지 감안하면 15만명이 달성 못할 수치는 아니란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근본적인 산업 구조개혁을 미룰수록, 구조적인 일자리 감소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이미 경쟁력을 잃은 저부가가치 산업을 (재정 투입으로) 존속시키는 것보다 빅데이터 산업, 플랫폼경제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력이 재배치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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