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암살’ ‘베테랑’ 대박
다음해 ‘부산행’ ‘터널’로 이어져
충무로 블록버스터의 부진은 ‘쌍끌이 흥행’의 부재에서도 드러난다. 두 국내 대작이 대목에 잇달아 개봉해 밀어주고 끌어주듯 관객몰이에 성공하는 모습이 최근 2년 사이 사라졌다. 영화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했던 ‘쌍끌이 흥행’을 찾기 힘든 현실은 한국영화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쌍끌이 흥행의 원조는 2003년 겨울 시장에 선보인 ‘실미도’(1,108만1,000명)와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6,135명)다. 스타 감독 강우석ㆍ강제규 감독이 각각 만든 두 대작은 출혈 경쟁 우려를 잠재우며 한국 영화 사상 1, 2호 1,000만 영화로 거듭나며 관객층을 확대했다. 두 작품은 서로 충무로 첫 제작비 100억대 영화라는 구호를 각각 내세우며 기획 단계부터 신경전을 펼쳤다. ‘실미도’가 2003년 12월 개봉하며 관객을 극장으로 모았고, 다음해 2월 ‘태극기 휘날리며’가 출전하며 관객에게 선택의 즐거움을 줬다.
쌍끌이 흥행은 2007년 여름 시장에서 재현됐다. SF영화 ‘디워’(842만6,973명)와 현대사를 소재로 한 ‘화려한 휴가’(730만7,993명)가 각기 다른 색깔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2009년 여름 시장에선 ‘해운대’(1,145만3,338명)와 ‘국가대표’(848만7,894명)가 1,000만 안팎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2014년 여름 시장은 ‘명량’이 인구의 3분의 1가량인 1,761만3,682명을 극장으로 모으는 흥행 광풍을 일으키는 가운데에도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866만6,046명과 만났다.
가장 ‘행복한 쌍끌이’는 2015년 ‘암살’(1,276만5,700명)과 ‘베테랑’(1,341만4,009명)이 꼽힌다. 대작 4편이 여름시장에 출사표를 낸 상황에서 한 영화 정도만 1,000만 영화의 영예를 안을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고, ‘암살’과 ‘베테랑’이 나란히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16년엔 ‘부산행’(1,156만5,479명)과 ‘터널’(712만508명)이 흥행 금맥을 캤다. 2014년에 이어 3년 연속 여름 시장에서 쌍끌이 흥행이 이어지면서 여름 대목은 1,000만 영화 2편이 충분히 나올 만한 시기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쌍끌이 흥행은 낙수 효과와 같은 것으로 한 영화의 흥행이 다른 영화의 흥행까지 만들어내는 걸 의미한다”며 “쌍끌이 흥행이 급격하게 사라진 건 한국 영화의 전반적인 만듦새가 극히 취약한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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