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총장 영(令) 안 선다” 비판론 커져
김용우 육군 참모총장과 청와대 행정관들과의 ‘카페 면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육군이 공식 해명에 나섰다. 장관급인 육군총장이 청와대 행정관에게 불려 다녔다는 지점에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자 ‘실은 총장이 행정관을 부른 것’이라고 반박하면서다. 하지만 설령 총장이 불렀다고 해도 청와대 비서관도 아닌 5급 행정관과 인사 문제를 상의해 군의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군 안팎의 반발은 계속 커지는 양상이다.
육군은 9일 별도 입장을 내고 “2017년 9월 초 청와대의 군 장성 인사담당 측에서 ‘실무적인 어려움이 있어 조언을 받을 수 있겠냐’는 문의와 부탁이 있었다”며 “마침 (김 총장이) 서울 일정이 있던 주말에 해당 행정관을 국방부 인근 장소로 불러 잠깐 만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정모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김 총장을 국방부 인근 카페로 불러내 만났다는 보도가 나온 지 사흘 만에 나온 육군의 공식 해명은 “김 총장이 행정관을 국방부 인근으로 불렀다”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정 행정관이 김 총장을 불러낸 게 아니라 서울에 볼 일이 있던 김 총장이 정 행정관을 국방부로 오게 했다는 것이다.
이날 해명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군내 불편한 시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육군 최고위직이 행정관의 부름을 받고 카페에서 만났다는 보도만으로도 이미 육군 수장으로서 영(令)이 서지 않게 됐다는 평가가 군내에서 파다하기 때문이다. 익명의 군 관계자는 “누가 누구의 부름을 받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명예와 위계질서가 중시되는 군 조직에서 총장이 행정관을 따로 만나 장성 인사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체면을 크게 깎아 먹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의 비판도 거세졌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열린 원내대표ㆍ중진위원 연석회의에서 “청와대의 누가 육군 장성ㆍ대령 인사에 간여한 것이냐.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냐. 또 다른 숨은 실력자냐”고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은 “청와대가 너무나 비대해져 이제는 괴물이 됐다”며 “국방부 장관과 고위 장성들이 청와대 눈치 보는 상황에서 어떻게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 내부에선 김 총장과 정 전 행정관 간 만남에 동석했던 심모 전 행정관(현재 준장)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에도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심 전 행정관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에 발탁되며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실력도 있고 정치적 수완도 좋은 인물”이라며 “정 전 행정관과 김 총장을 서로 연결시켜 준 일종의 다리 역할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심 전 행정관은 김 총장과의 ‘카페 면담’ 이후인 같은 해 12월 단행된 장군 인사에서 임기제 준장으로 진급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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