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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때문에 임세원 교수 살해" 심신미약 감형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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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때문에 임세원 교수 살해" 심신미약 감형되나

입력
2019.01.10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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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박모씨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박모씨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살해한 피의자 박모(30)씨의 범행 동기가 정신질환으로 인한 망상 쪽으로 무게가 실리면서 박 씨의 처벌 수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신질환의 심각한 단계에서 나타나는 망상이 동기라면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서 PC방 살인 사건의 가해자처럼 심신미약 감형을 주장할 경우 여론의 강한 역풍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임 교수 살인 혐의로 구속된 박모(30)씨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9일 검찰에 송치했다. 박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44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진료 상담을 받던 중 임 교수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동기 파악을 위해 박씨 주거지 압수수색 및 과거 정신과 진료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결론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망상에 의한 살인‘. 박씨는 조울증으로 불리는 ‘양극성 장애’로 2015년 강북삼성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머리에 소형폭탄을 심은 것에 대해 논쟁을 하다 그랬다’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진술을 반복해 정확한 동기 파악은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박씨에 대한 조사 내용을 종합했을 때 ‘망상’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망상은 조현병, 조울증 등 정신질환은 물론 치매나 뇌졸중, 뇌출혈 등으로 뇌를 다쳤을 때도 나타나는 증상으로, 통상 과대망상과 피해망상이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씨의 경우 조울증에 따른 망상인데, 망상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병이 심각한 상태라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의료계의 진단이라면 박씨의 건강 상태는 심신미약 감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사람의 행위는 벌하지 않도록 현행 법은 규정하고 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부정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북삼성병원 살해범을 강력하게 처벌 해달라’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해당 글에는 ‘정신과에서 치료했으니까 혹시나 심신미약으로 감형하는 일 없겠죠? 안됩니다. 아무리 정신에 이상이 있어도 살인사건이다’고 지적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강서 PC방 살인 사건의 범인 김성수가 경찰 조사 단계에서 우울증 이력을 밝히면서 반발 여론이 확산했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박씨 심신미약 인정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박씨가 △범행 전 자택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해 미리 준비한 점 △면담 시간 3~4분만에 흉기를 휘두른 점 등을 볼 때 범행을 저지를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병원을 방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심신미약에 따른 형량 감경을 ‘의무’에서 ‘임의’로 바꿨기 때문에 재판부가 심신미약이라고 판단하더라도 실제 감형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불법의료대응팀 서지수 변호사는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잔인하다든지, 계획범죄라든지, 죄질이 나쁘다는 전반 사정을 종합해서 감형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무조건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서 감형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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