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3ㆍ1운동을 대표하는 유관순 열사(1902~1920)의 독립운동 유공 서훈(3등급 독립장) 격상을 위한 서명운동이 추진된다. 유관순 열사의 명성과 상징성에 비해 서훈이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만큼 이번 서명운동이 격상을 위한 제도 정비 등의 마중물이 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9일 충남도에 따르면 다음달 28일 천안시에서 열리는 ‘100주년 기념 충남도 3ㆍ1운동 만세운동 릴레이 재현 행사’에서 유관순 열사 서훈 등급 상향 조정을 위한 도민 서명운동을 벌인다.
유관순 열사의 서훈을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1962년 정부의 독립유공자 훈장 등급(훈격) 결정 이후 꾸준히 나오고 있다. 3ㆍ1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관순 열사의 역사적 비중을 고려하면 서훈이 1등급(대한민국장)이나 2등급(대통령장)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1등급에는 김구, 이승만, 안창호, 안중근 등 30명이, 2등급에는 신채호, 신돌석 등 93명이 포함돼 있다. 반면, 지난해 2월 친일행위 탓에 서훈이 박탈된 동아일보 창업자 김성수가 2등급에 추서됐던 것 등에 비춰볼 때 유관순 열사의 서훈은 공적과 상징성에 어울리지 않아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서훈의 뚜렷한 근거는 없지만 어린 나이인데다 조직적인 독립운동이 아니라는 점에서 저평가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단법인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는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유관순 열사의 서훈 등급을 상향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하지만 참여 인원이 정부가 공식 답변하기 위한 요건(20만명)을 크게 밑도는 3만1,255명에 그쳐 주목 받지 못했다.
국민청원 요건이 충족돼 청와대가 답변을 하더라도 당장 서훈을 격상하는 것은 어렵다. 상훈법 상 서훈의 확정, 취소와 관련된 규정은 있지만 서훈 조정 관련 규정은 없어 제도적 정비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제도적 한계에 발목을 잡혀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밀사 등의 활동을 한 공로로 유관순 열사와 같은 등급을 받은 미국인 호머 헐버트 박사의 서훈 격상 노력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가 국가보훈처에 서훈 조정을 위한 공적 재심사를 요청했지만, 한 번 결정한 서훈은 다시 심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답변만 되돌아 온 것이다.
지난해 8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유관순 열사의 서훈 등급 격상 방안 검토를 지시했지만, 역시 법적 한계에 부딪쳐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상훈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문표(충남 홍성ㆍ예산) 의원 등 10명이 지난해 7월 발의한 ‘상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개정안은 ‘서훈 확정 이후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는 등 훈장 또는 포상을 받은 사람의 공적을 다시 심의해 서훈의 종류와 등급을 달리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바른미래당 이혜훈(서울 서초갑) 의원 등 10명도 2017년 4월 유사한 내용을 담은 상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서명운동과 함께 대국민ㆍ대정부설명회를 통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유 열사의 공적을 소개하고, 서훈 사향 조정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 것”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상훈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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