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전 이용해 불 끄고 인근 건물서 100여명 대피시켜
퇴근 후 회식을 하던 소방관들이 인근 점포에서 불이 나자 사복을 입은 채 화재 진압에 나서 큰 피해를 막은 사실이 알려졌다.
9일 인천 중부소방서에 따르면 8일 오후 8시 11분쯤 동구 송현동 열쇠 제작 점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점포와 인접한 8층짜리 상가건물 외벽까지 번졌다. PC방, 노래방 등이 자리한 이 건물 안에는 당시 100여명이 있어 불이 옮겨 붙을 경우 대형 인명 피해도 우려됐다.
인근 식당에서 인사 이동이 난 직원들 송별회를 겸해 회식을 하던 송현119안전센터 소속 정기영 소방위는 생후 한달 된 딸을 돌보기 위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귀가하다 화재 현장을 목격했다.
정 소방위는 망설임 없이 건물 1층 소화전을 찾아 소방 호스를 꺼내 진화 작업을 벌였다. 길가는 시민에게 119 신고를 부탁하고 회식 자리에 있는 동료들에게 전화해 와달라고 요청했다. 정 소방위 전화를 받은 고근식 소방위 등 6명은 곧바로 현장으로 와서 건물 안에 있던 100여명을 대피시키고 불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
불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약 15분 만에 꺼졌다. 열쇠 제작 점포에서 거주하는 A(81)씨가 가벼운 열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불은 점포 50㎡와 건물 외벽 20㎡를 태워 750만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당시 화재 현장에서 지휘를 맡았던 고성훈 중부소방서 현장지휘팀장은 “현장에 도착해보니 사복을 입은 사람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어 위험하다고 판단해 조치를 하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비번인 소방관이어서 놀랐다”라며 “화재 진압의 골든타임을 비번 소방관들이 사수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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