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뮤직, 신년 맞아 실시간 차트 폐지
‘아이돌 싹쓸이’ 막기 위해 ‘1일 1개 ID 1회’ 집계로
5대 음원 사이트 중 첫 변화… ‘탈차트’ 움직임서 비롯
멜론ㆍ지니ㆍ벅스는 유지 ‘갈 길 멀어’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사는 중학생 곽모씨는 좋아하는 아이돌그룹의 신곡이 나오는 날에 꼭 하는 일이 있다. 방과 후 집에 가면 가족의 휴대폰을 빌린다. 이후 엄마, 동생의 휴대폰으로 음원사이트에 접속해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을 틀어(스트리밍) 놓는다. 가족의 힘을 빌려 한 사람이라도 더 손을 보태 곡의 실시간 인기 순위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아이돌그룹 기획사는 중고등학생의 수업이 끝나는 오후 6시에 신곡을 음원사이트에 공개하고, 이 곡의 순위는 바로 한 시간 뒤인 오후 7시 차트에 반영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곽씨의 노력은 허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를 맞아 음원 사이트에 실시간 차트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다. 네이버뮤직은 지난 2일부터 실시간 차트를 없앴다. 기존 실시간 톱100 대신 일간 톱100 순위만 제공한다. 시간에서 일 단위 집계로 순위 산정 방식을 바꾼 것이다. 국내 5대 음원사이트 중 한 곳에서 실시간 차트를 없애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뮤직은 더 나아가 ‘1일 1개 ID당 1회 집계’로 스트리밍 횟수 집계 기준을 변경했다. 이렇게 되면 ‘중복 스트리밍’은 집계에서 제외된다. 특정 곡이 짧은 시간 반복 사용돼 차트에 쉽게 오르는 걸 막으려는 조처다. 네이버뮤직은 “다양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차트에서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해 차트 변경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사용자의 청취 이력이 차트에 골고루 반영되길 바라는 취지다. 실시간 차트는 팬덤이 두터운 아이돌그룹 음악만 주로 순위에 올라 다양한 음악 소개를 해친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나왔다. 실시간 차트 폐지는 사용자 음악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네이버뮤직의 모험은 순위보다 취향을 앞세워 개인맞춤형 음악을 제공하려는 음원 업계 ‘탈차트’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SK텔레콤도 최근 출시한 음원 플랫폼 플로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악 추천(큐레이션)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본보 취재 결과 멜론과 지니, 벅스 등 3대 음원사이트에선 실시간 차트를 폐지할 계획이 당분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실시간 차트 폐해로 일부 음악팬들 사이에선 1위 후보에 같은 가수 노래가 오르는 걸 막은 1980~90년대 KBS ‘가요톱10’ 시절이 그립다는 자조가 나온다”며 “실시간 차트를 운영한다고 해도 톱100에 한 가수의 노래가 여럿 오르는 것에 제한을 둬 차트 싹쓸이를 막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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