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방중 사흘째인 9일 경제현장 시찰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오찬을 함께 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도중에 톈진(天津) 경제특구 등 중국 개혁ㆍ개방의 상징성이 높은 곳을 들를 가능성도 있이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오(현지시간)께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台)를 나와 베이징(北京)시내 중심부의 베이징반점에서 시 주석과 부부 동반으로 오찬을 함께 했다. 1971년 지어진 베이징반점은 중국에서 가장 전통있는 호텔 중 하나로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직후 리셉션 등 중요 국가행사가 자주 열리는 곳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첫 방중 때와 마찬가지로 이틀째 정상회담과 환영만찬에 이어 사흘째 부부 동반 오찬을 한 뒤 베이징을 출발했다.
베이징반점 주변에는 오전 11시께부터 공안이 대거 배치되고 인근 도로에 대한 통제도 시작됐다. 또 귀빈 전용 구급차와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차량도 배치돼 김 위원장과 시 주석 간 오찬 회동이 예정돼 있음을 짐작케 했다. 북중 양국의 참모진도 베이징반점 맞은편 건물에서 수교 70주년을 기념하는 오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오찬 이후 베이징역으로 이동해 오후 2시 10분께 전용열차 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중국은 정치국 상무위원급 인사가 직접 베이징역에 나와 김 위원장을 환송했다. 지난해 사례를 감안하면 김 위원장은 10일 오전 평양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시 주석과 오찬이 한창이던 낮 12시20분께 베이징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김 위원장이 귀국길에 톈진 빈하이(滨海)신구를 방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빈하이신구는 미국 뉴욕 맨해튼을 모델로 한 금융ㆍ경제특구로 무인 물류시스템과 미래형 도서관 등도 구축돼 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교통인프라 개선 의지가 높다는 점에서 빈하이신구를 방문할 때 베이징에서 30분 정도 소요되는 고속철을 이용할 것이란 얘기도 나왔지만 실현되진 않았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베이징에서 유일한 국가급 첨단기술 개발구인 이좡(亦庄) 경제기술개발구를 찾았다.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에는 미니버스 6대와 구급차가 동행했고 중국 정부는 수십 대의 사이드카를 동원해 호위했다.
김 위원장은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에 도착한 직후 우황청심환으로 유명한 생약 제조업체 동인당의 생산 공장으로 향했다. 동인당은 청나라 강희제 때부터 3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의 최고 약방 기업이다. 베이징 동인당 공장은 중국 내 일류 제약 생산기지로 손꼽히는 곳으로 중국 고위 관리들의 단골 시찰지 중 하나다.이 공장에는 김 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염두에 둔 듯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경찰이 수백명 깔려 삼엄한 경호가 펼쳐졌다.
김 위원장은 20~30분 정도 동인당 공장을 둘러본 뒤 떠났다. 김 위원장은 숙소인 조어대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동인당 공장 방문을 두고 북한 산간에 약초가 많은 점을 고려해 약초산업을 현대화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에는 노키아와 벤츠, GE 등 하이테크 산업과 우주 산업 관련 업체들도 대거 입주해 있다. 김 위원장이 동인당 공장을 떠난 뒤에도 수행단 일부는 경제기술개발구에 남아 관련 업체들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한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날 김 위원장과 시 주석 간 전날 정상회담과 환영만찬 등의 주요 내용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전날 김 위원장의 베이징 도착 전 사전보도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고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점을 감안해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떠난 뒤나 평양 도착 후 북중 양국이 동시에 정상회담 내용 등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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