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르던 반려견의 입양처를 찾는다는 문의를 받았다. 4년 전 귀촌해 마당이 생기면서 보더콜리 종 개를 입양했는데, 다시 도시로 이사하면서 개를 기르기 어려워 옆집에 맡기고 왔다는 사정이었다. 받은 사진 한 장 속의 보더콜리는 어린 자녀들과 어울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다른 한 장 속에서는 우울한 얼굴로 이웃집 마당 1m 줄에 묶여 있었다.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단지 사람의 사정이 변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되었기 때문이다.
매년 발생하는 유기동물 10만마리라는 숫자는 줄지 않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충분한 정보 없이 동물을 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준비 없는 동물 입양은 동물을 포기하는 원인이 된다. 2017년 서울연구원의 ‘반려동물센터 도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기 전 사육지식을 습득하지 않은 보호자가 24%, 유기충동을 경험한 소유자는 42.6%에 달했다. 대형마트나 인터넷에서까지 동물을 쉽게 살 수 있고, 많은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입양 환경을 점검하지 못하는 현실도 충동적인 동물 구매와 입양을 조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기를 때 신중히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개, 고양이의 수명은 최소 10년에서 15년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하더라도 결혼, 출산, 이사, 이직 등 인생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는 긴 기간이다. 경제적인 상황도 생각해야 한다. 사료, 용품, 미용, 예방접종, 구충 등 정기적으로 비용이 발생하고, 갑자기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면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긴다. 휴가나 출장으로 집을 비워야 할 경우 위탁비용이 들기도 한다.
반려동물에 투자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도 자문해 봐야 한다. 개는 규칙적으로 산책을 시켜야 하고, ‘독립적이어서 키우기 쉽다’는 오해를 받는 고양이도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입양하려는 동물의 특성을 먼저 알아보고 자신의 주거 환경과 성향에 적합한 동물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동물 털에 민감한 사람이 털이 많이 빠지는 동물을 기르거나 야외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 많은 운동량을 필요로 하는 종 동물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웨어는 올해 반려동물을 기르기 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알리고 신중히 결정할 것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은 큰 책임이 따르지만, 정서적으로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모두 예측할 수는 없지만, 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어떤 경우에라도 함께 할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 동물과 함께 살 만반의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새해에는 유기동물보호소의 문을 두드려보자. 당신의 삶을 바꿀 만한 ‘귀견’ 혹은 ‘귀묘’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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