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8’에서 미디어ㆍ모빌리티 중심 5G 전략 소개
“우리나라가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정보기술(IT) 여러 분야에서 뒤처진 부분이 많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5G 인프라 측면에서 치고 나가야 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 중인 ‘소비자가전박람회(CES) 2018’에 참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8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마련하고 잃어버린 한국 IT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로서 5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전달할 수 있는 5G 특성을 살려 미디어와 모빌리티 영역을 중심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지상파 방송국들과 힘을 합쳐 통합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를 만들고 ‘아시아의 넷플릭스’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박 사장은 옛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해 반도체 사업을 SK그룹의 캐시카우로 키운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한류 콘텐츠야 말로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박 사장은 “반도체가 제대로 크지 못하다가 2012년 3조5,000억원을 투입해 성장을 시작한 뒤 지금은 큰 경제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지금이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한류 콘텐츠에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 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4G 스마트폰이 PC에서 하던 걸 스마트폰으로 바꿨다면 5G 스마트폰에는 TV에서 느낄 수 있는 미디어를 넣는 게 가능할 것”이라며 “이용자들은 5G 서비스에서 대작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고, 삼성 폴더블 스마트폰도 직접 봤는데 미디어 스트리밍 하기에 적합한 구조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상파와 같이 만드는 통합 OTT에 ‘제로레이팅’을 도입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제로레이팅은 자사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는 데이터를 차감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박 사장은 “푹(지상파 OTT)을 제로레이팅으로 띄워주면 가입자가 굉장히 늘어날 수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자본을 유치하면 한류 콘텐츠가 국내 산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에서 SK텔레콤의 성장성도 언급했다. CES 전시장 내 SK 부스에는 ‘단일광자 라이다’ 기술이 소개되고 있다. 일종의 감지 기술인 라이다는 SK텔레콤이 지난해 2월 인수한 스위스 기업 IDQ의 양자(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 단위) 감지 기술이 적용돼, 하늘에서 내리는 눈도 사물로 인식할 수 있다. 아주 미약한 빛도 감지할 수 있으며 차량에서 300m 이상 떨어진 사물도 탐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단일광자 라이다는 5G 시대 핵심 자율주행기술로 거듭날 것”이라며 “SK의 기술은 해외 업체 장비보다 탐지 거리는 5배 길고 물체 구분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여러 도로 상황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분석하는 기술에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안에 SK텔레콤을 SK그룹의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확실히 했다. 박 사장은 “지금 SK하이닉스 지분이 20%인데 추가로 10%가량 확보하고 올해 꼭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겠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300여개 종속 회사들이 얽혀있는 구조라 인수합병, 사업구조 개편 등에서 유연성을 가지려면 중간지주사 전환이 필요하다. 다만 관계사 지분을 충분히 확보해야 지배력 약화를 막을 수 있어 SK하이닉스 지분 추가 인수로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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