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자랑이자 가장 큰 수익을 내는 핵심 사업이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 침체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0% 가까이 급락하면서 반도체는 삼성전자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미래를 책임질 ‘포스트 반도체’ 먹거리 발굴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차기 성장동력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5세대 이동통신(5G), 자동차 전기장치(전장) 부품 사업으로 압축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며 이 같은 ‘4대 미래성장 사업’에 총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AI는 2017년 11월 한국 AI총괄센터를 세운 이후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 등 해외 주요 지역에 6개의 연구센터를 열었다. 각 센터에 세계적인 AI 권위자들을 영입했고, 내년까지 전체 AI 연구인력을 1,000명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전장사업은 2016년 사업팀을 꾸린 데 이어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를 통해 본격화됐고, 5G 네트워크 장비사업은 올해 수원사업장에 새로 구축한 생산시설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모두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고, 각 분야마다 경쟁기업들이 버티고 있다. AI의 경우 이미 글로벌 시장을 점령한 구글 아마존 등 강자들과 승부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연초부터 5G 장비 생산라인 가동식, 반도체 사업부 등을 방문하며 현장 경영 행보에 나선 것도 삼성전자가 직면한 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점 찍은 신성장 동력 중 아직 정상궤도에 오른 게 없고, 글로벌 경쟁이 워낙 치열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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