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국내 건설업계의 대표적 해외 블루오션이다. 한때 해외건설 수주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중동 지역 건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개발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그 중에서도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베트남에 앞다퉈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수주한 금액은 162억달러(18조2,400억원)다. 2017년 아시아 전체 수주액(125억달러)에 비하면 30%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321억 달러)의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 중동 지역 수주액(92억달러)이 전년(146억달러)보다 36.5%나 감소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2014년부터 시작된 국제유가 급락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의 텃밭이었던 중동 지역 플랜트 시장이 크게 위축된 반면, 아시아 지역은 경제성장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수주 기회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국가 중 건설 수주액 1위는 단연 베트남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베트남 수주액은 40억9,007만달러로 전년(11억9,500만달러)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수주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생산가능인구(16~59세)도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의 65%에 달한다. 경제 성장에 필요한 공장 설비는 물론이고 공장에서 일할 인구들도 많아 주택 수요가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3%대인 인구증가율이 계속될 경우 새로운 주택을 필요로 하는 가구가 매년 13만4,000가구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매년 최소 6만3,000개의 주택을 추가로 짓겠다는 목표로 주택건설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날로 확대되는 베트남 건설시장의 선두에는 GS건설이 있다. 해외 건설사 중 최초로 베트남에서 신도시(냐베 신도시) 조성 사업권을 따낸 데 이어, 호찌민 중앙사무지역(CBD) 인근의 대단지 상업지구 투티엠에 고급 타운하우스 위주의 미니 신도시를 건설할 예정이다. 10여 년 전 사둔 투티엠 지역 땅 657ha에 820가구의 고급주택과 30층 이상의 호텔 및 복합 오피스빌딩을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완공한다는 목표다. GS건설은 현재 공사 중인 호찌민 지하철 1호선과 연결될 9군 미니 신도시(4,875가구) 건설도 진행하고 있다. 9군 신도시는 도심과 18km 떨어진 롱빈 지역에 있다. 두 미니 신도시 모두 호찌민시로부터 도시계획 승인과 함께 50년 기한의 토지사용권까지 확보한 상태다.
베트남 주택건설 부문에선 GS건설을 바짝 추격하는 경쟁사는 롯데건설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해 10월 베트남 푸끄엉 그룹과 호찌민 빈떤 지역에 아파트 3018가구(5개동)와 판매시설(1만평)을 조성하는 ‘웨스턴게이트’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다른 국내 건설사들은 플랜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SK건설, 포스코건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베트남 롱손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와 관련된 공사를 잇따라 수주했다.
베트남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가 남북 교통망 개선을 목표로 고속도로 여러 개를 구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새로운 거점을 선점하는 건설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특히 호찌민 남쪽 메콩 델타 지대, 중부 지역의 다낭 인근 등은 한국의 광역시처럼 새로운 개발 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호찌민=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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