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회담 전략 논의, 中 평화체제 협상 참여 발판 포석도
金, 대북제재 장기화 대비 식량 등 경제 지원 요청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 벽두부터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을 찾은 건 임박한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전략으로 임할지 논의하는 한편 협상 교착 국면이 길어질 때에도 대비하려는 이중 포석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방안 위주였겠지만 주한미군 및 대북 제재 완화와 제재 우회 경제 협력 방안 등도 두루 다뤄졌을 공산이 크다.
김 위원장 방중은 아무래도 가시권에 들어온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뒀으리라는 게 외교ㆍ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8일 언론에 “북중 정상회담이 오늘 내일(8, 9일) 열릴 텐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은 작년 사례에 비춰볼 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회담 준비에 진전이 있음을 간접 시사한 것이다.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이날 비공개 보고에서 “방중 기간 북한의 북미 협상 전략 및 중국의 역할을 의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 입장에서 대미 협상과 관련한 대중 소통 목적은 통상 두 가지다. 우선 대미 협상력 강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김 위원장 방중을 “북중 동맹을 과시하겠다는 신호”라고, AP통신은 “북한에게 중국은 워싱턴의 압박에 대한 핵심적 완충 장치”라고 해석했다. 다른 하나는 북중 간 전략적 이익 차이 조율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 협상 진전에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내려면 예컨대 주한미군처럼 북한은 양해 가능하지만 중국이 완강히 반대하는 사안에 대한 북중 간 입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상당 기간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두려는 심산일 수도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신년사에 나타난 대로 올해 북한의 ‘베스트 플랜’은 미국과 빅딜을 하는 거지만, 이게 안 됐을 때 쓸 만한 ‘플랜B’를 마련해놓겠다는 계산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미국의 오판 때 모색하겠다고 한 ‘새로운 길’과 관련한 방중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중국은 비핵화 반대급부인 평화체제가 빠르고 견고하게 구축될 수 있도록 담보해주는 동시에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를 끌어내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북한의 최대 우군(友軍)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 다자협상을 비핵화 협상과 동시에 진전시킨다는 ‘쌍궤병행’은 중국이 줄곧 제시해온 해법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상대로 북미 협상 진전과 체제 안전 보장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할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한권 교수는 “미국과 군사 패권을 놓고 대립 중인 중국의 주한미군 감축 요구를 누그러뜨리고 대신 다자협상 제시로 남북미 중심이던 평화체제 협상에 중국이 참여할 수 있게 발판을 만들어주는 교환을 북한이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도 이날 정보위원들에게 중국까지 참여하는 평화협정 추진안을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논의할 수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입장에서 제재 완화에 힘써주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 서슬에 자국 이익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북한을 보호하려 하지는 않을 거라는 짐작에서다. 때문에 제재 국면 인내를 위한 북중 경협 방안 정도가 의제가 될 듯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식량 지원 등 대북 경제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봤다. 김준형 교수는 “제재 해제 때까지 북중 국경 지대 협력을 토대로 버틸 수 있다는 걸 미국에 보여주는 것도 북한의 이번 방중 목적 중 하나”라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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